‘합의문 필요 없다’는 이재명-트럼프 회담…관세, 주한미군 논의 빠졌다
대통령실 “한미 정상회담 성공적, 두 분이 기분 좋게 신뢰 쌓는 자리” 자평
위성락 “원자력 협력 유의미한 논의, 방위비 논의는 無”…‘실무회담’은 뒷전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공동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분 좋게 이야기가 잘 된 회담이었습니다."
초미의 관심을 끈 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공동합의문 없이 끝났다. 실무적인 논의는 향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신뢰 쌓기'에 치중된 회담이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 결과 회담 2시간 반 전까지만 해도 '숙청' '혁명'이란 돌출 발언으로 긴장감을 높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만나고선 '똑똑하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그러나 '140분' 회담의 결과가 칭찬 에피소드로 끝날 경우 결코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흘러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행 비행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안보, 국방비, 관세협상 문제,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예측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간 정부 측 설명을 종합하면 양국 동맹의 현대화를 비롯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부과 여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방위비분담금 조율 △미국 제조업 활성화 기여 방안 △무역 관계의 공정·호혜성 회복 △원자력협정 개정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눌 구체적인 안건으로 꼽혀왔다.
이러한 계획과 달리, 정부가 얻어낸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대통령실은 25일 정상회담 직후 워싱턴DC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앞서 거론된 대부분의 의제들의 논의 여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을 다시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의 도움을 받겠다' 등 모두 발언에서 했던 말을 반복하는 정도였고, 나머지 사안은 러트닉(상무장관)과 잘 이야기하기를 바란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끝났다. 더 이견이 있거나 추가 논의한 바는 없다"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해 온 민감한 주제들에 대한 언급이 사실상 없었다는 분위기다. 가령 관세협상 관련 농축산물 추가 개방, 대미 투자 펀드 확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감축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의제로 선정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과 관련 논의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만남은 실무적인 논의보단 이 대통령의 의전과 스킨십 확대, 신뢰 쌓기에 방점을 두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구체적 수치나 내용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두 분이 기분 좋게 신뢰와 호감을 쌓는 계기가 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안은 향후 진행될 실무급 회의로 바통을 넘긴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전략적인 화법을 통해 유대적인 관계를 형성한 점에서 한국이 선방한 것은 맞지만 공동발표까지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23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선 양국 공동발표문을 즉각 발표한 것과도 확연한 차이가 두드러진다. 일각에서는 "정상 간 협상이 웬만큼 잘 됐다면 공동발표는 관례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직까지 공동 합의문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타결이 어려운 내용이나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실무급 회의가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트럼프 의전'에만 치중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재치 있는 화법이나 의전, 에피소드에만 치중하는 정상회담은 국빈방문일 때가 더 적절하지 않은가"라며 "그간 미국 측에서 요구해온 관세, 한미동맹 문제가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가에 정부도, 언론도 훨씬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조선' 협력과 '구속력 없는' MOU 체결은 선방
두 정상 간 실무 논의의 물꼬가 트인 의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 양국의 조선 협력과 원자력 협력 관련 의미 있는 논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관련해 위 실장은 이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김용범 정책실장과 '3실장 공동 브리핑'을 열고 "앞으로도 원자력 협력과 관련한 양국의 추가적인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새로운 협력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방미 목표에 있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위 실장은 "원전협력의 경우 몇 갈래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그 상세한 내용을 지금 소개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보'를 위한 원자력협정 개정을 원하는 상황에서 해당 현안에 대한 한미 간 협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미동맹의 현대화' 필요성을 두고도 양국 정상은 공감대를 이뤘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 꼽혀온 동맹의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규모·역할 변화부터 한국군의 역할 확대, 한국의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한미 안보관계의 다양한 쟁점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격변하는 국제정세에서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양국은 구체적인 문구를 조정하고 있지만 큰 방향에서는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 역시 동맹의 현대화 연장선에서 회담 직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 그간 미국 측이 요구해온 '국방비 증액'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국방비 증액 결정은 이번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거론한 것으로, 미국 측에서도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해 위 실장은 "국방비 증액은 무기 구매력 확대, 국방력 개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요구하는) 무기 구매의 경우 꼭 필요한 영역에서 첨단 무기를 구매하려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 이 역시 미국과 마음이 맞는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양국이 타결한 통상협상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 논의도 있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이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과 관련해 "양국은 '구속력 없는' MOU를 통해 금융 패키지 조성과 운영 방식을 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금융위와 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하는 실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세부적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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