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정성현〉삶의 실력, 장자

정성현 기자 2025. 8. 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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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현 취재3팀 팀장

장자(莊子)는 노자와 함께 도가 사상을 대표하는 철학자다. 그는 세상이 정한 틀에 갇히지 말고, 자기 안에서 자유와 기쁨을 찾으라 했다. 오래된 메시지이지만 혼란스러운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목소리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4년. 매일 사건과 정치 뉴스에 쫓기다 보면 '실력'이란 무엇인지 자주 되묻게 된다. 취재원 확보, 기사 완성도, 수상 경력 등이 실력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게 전부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최근 책 '삶의 실력, 장자'(저자 최진석)를 읽으며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들었다. 저자는 장자의 사상을 빌려 삶의 실력을 '내면의 두께와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서 찾는다. 특히 이를 "정해진 마음에서 벗어나는 길"이라 설명한다. 남과 비교하고 사회가 정한 기준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남의 삶을 살 뿐, 진짜 나를 잃는다는 것이다.

기자로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 한 선배가 해준 말이 있다.

"글 실력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사태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에서 갈린다."

그때는 막연하게 봤지만, 지금은 그 말이 곧 장자가 말한 '마음의 두께'라는 걸 알고 있다. 사실을 꾸미지 않고, 생생한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그 안에서 본질을 찾는 힘. 그것이야말로 장자가 말한 '마음의 두께'다.

책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개념은 자쾌(自快)다. 타인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힘을 뜻한다.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에서 한민족 고려인(재외동포 비자)이 배제됐다는 기사를 썼다. 조회 수는 크지 않았지만, 대한고려인협회에서 "이 기사 덕분에 우리가 또다시 소외됐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고 연락해왔다. 앞서 코로나19 민생지원금에서도 제외됐던 이들은 곧바로 대통령실에 청원서를 제출, 현재 2차 지원 대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 순간의 보람은 어떤 숫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반면, 조회 수가 높았던 기사 중에도 마음에 남지 않은 경우가 있다. 외부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정작 안에서는 "이게 정말 의미 있는 글이었을까"라는 질문이 남았다. 그 차이가 바로 장자가 말한 자쾌의 의미이지 않을까.

언론은 늘 비판 속에 있다. 특히 지금처럼 사회·정치가 요동칠 때 기자라는 자리는 더욱 흔들리기 쉽다. 그러나 장자는 "자유란 도망이 아니라, 자기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라고 했다.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권력 앞에서 주저하지 않으며 동시에 내면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길러야 할 실력이다.

집 현관문 안쪽에는 아직도 노란 대자보가 붙어 있다. '전남일보 33기 김혜인, 정성현 기자의 면수습을 축하합니다.' 입사 4개월 차에 받았던 이 종이를 버리지 못하는 건 그날의 마음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기사 고민과 비판에 흔들릴 때마다 초심을 떠올리며 중심을 다잡는다. 마음의 두께는 결국 자쾌에서 비롯된다. 스스로를 기쁘게 할 수 있을 때 외부의 평가는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못한다.

'삶의 실력, 장자'는 기자로서의 길을 다시 묻게 한다. 실력이란 단순히 조회 수 등 성적표가 아니다. 진실을 향한 질문, 독자의 마음에 닿는 한 문장 그리고 자기 안에서 길러낸 기쁨. 그것이 곧 장자가 말한 '내면의 두께'일 것이다.

당신은 오늘, 무엇으로 스스로를 기쁘게 하고 있는가.
정성현 취재3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