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전북 장수 방화동 생태길

오늘은 장수군 번암면에 자리한 방화동계곡(덕산계곡)을 걷는 ‘방화동 생태길’을 찾아 나섰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서는 섬진강에 합류되는 요천이 유유히 흘러가고, 요천 주변 산자락에는 드문드문 작은 마을들이 둥지를 틀었다.
장수읍으로 통하는 19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방화동 골짜기로 방향을 튼다. 방화동 가는 길로 들어서자 2차선 도로는 녹색터널을 이뤘다.
방화동으로 통하는 좁은 골짜기에서는 종종 마을을 만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골짜기는 점점 깊어지고 우리는 방화동계곡에서 흘러온 물줄기를 거슬러 산자락을 돌고 돌아간다.
계곡길을 달리다가 언덕을 넘어서자 방화동가족휴가촌이 별천지처럼 자리하고 있다. 장안산 방화동계곡에 조성된 방화동가족휴가촌은 숙박시설(다문화체험동, 가족휴양동)을 비롯해 오토캠핑장, 캠핑카야영장, 목재문화체험장, 취사장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토캠핑장을 지나 방화동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장안산 남서쪽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은 덕산계곡과 방화동계곡이라는 이름으로 혼용되지만, 대체로 용소 위쪽을 덕산계곡, 용소 아래쪽을 방화동계곡이라 부른다. 깊은 산골짜기를 굽이돌아오는 물줄기는 울창한 숲으로 감싸여 한층 시원하다.
데크길과 짧은 오솔길을 지나 방화동자연휴양림 영역으로 들어선다. 방화동자연휴양림은 산림문화관과 산림문화휴양관, 숲속의 집을 갖추고 있다.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은 숙박시설이다. 숲속의 집을 지나자 ‘방화동 황토생태길’이라 쓰인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생태길은 계곡 옆 임도를 따라 이어진다. 길을 걷고 있으면 계곡물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계곡은 부드럽게 흐르다가도 여울을 만날 때면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낸다. 길은 완만할 뿐 아니라 흙길이어서 편하게 걷을 수 있다. 요즘 같은 폭염에도 시원하게 걸을 수 있어서 여름철 트레킹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숲속의 집을 지나 한 굽이를 돌아가니 기암절벽이 나타난다. 기암절벽 앞에는 방화폭포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아무리 보아도 폭포가 보이지 않는데 폭포라니? 알고 보니 방화폭포는 계곡상류 덕산저수지의 물을 끌어다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가동하는 인공폭포였던 것이다. 방화폭포의 높이는 110m에 이른다.
방화폭포 건너편에는 방화동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으로 숲속 산책코스와 산림욕대가 조성돼 있다. 치유의 숲 앞을 지나면 계곡을 건널 수 있는 목교가 놓여있는데, 목교 건너에 교감의 숲이 있다. 교감의 숲에는 휴게데크와 숲속에 누워서 명상을 할 수 있는 명상베드가 놓여있다.
바위를 넘어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계류에는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렸다. 햇볕이 가려진 계곡바위에 낀 파란 이끼는 원시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경쾌한 물소리에 뒤질세라 매미들이 목청을 높인다. 새들도 노래하고 있지만 매미소리와 물소리에 묻혀버리고 만다.

징검다리를 건너자 길이 좁아진다. 오솔길을 따라 100m 쯤 걷다가 두 번째 징검다리를 만난다. 징검다리에 서서 물줄기를 바라본다. 수많은 은구슬을 만들어내며 흘러오는 계곡물이 시원하고 거침없다. 물은 흐르면서 끊임없는 변화이고 살아 숨 쉰다. 흐르는 물은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갈 터전이 돼준다. 물은 흙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어머니다.
길은 징검다리를 건너 계곡 옆 울창한 숲길을 걷다가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곤 한다. 세 번째 징검다리를 건너고, 또 다시 네 번째 징검다리를 건넌다. 징검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계곡을 건너지 않고 계곡 왼쪽 산길을 따라 통행했다.

이런 풍경 위에 바위틈을 타고 내려오는 폭포수가 거대한 절구통처럼 깊이 파여 신비한 소(沼)를 이뤘다. 아랫용소다. 억겁의 세월 동안 쉬지 않고 떨어지는 폭포수가 암반을 깎아 지금과 같은 깊은 웅덩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200m 위쪽에 또 하나의 용소가 있어 아래쪽 용소를 아랫용소라 부른다. 아랫용소는 둥그렇게 파인 모양이며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물이 숭엄하다. 아랫용소에 머물던 물은 굽이돌아 암반을 따라 흘러간다. 아랫용소 바짝 옆의 데크길은 사람들이 통행하는데 편리해졌지만 풍경미는 반감됐다.

조선시대 명재상 황희정승이 윗용소에서 목욕재계하고 천지신명께 기도해 재상에 올랐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황희정승이 조선 태종 때 양녕대군을 세자에서 폐하는 것에 반대하다가 고향인 장수로 귀향해 지내면서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이곳 용소의 푸른 물을 바라보며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데크길과 임도를 걷다가 계곡가 민가 한 채를 만난 후 장안산군립공원주차장에 도착한다. 장수읍에서 밀목치를 넘어온 도로가 이곳까지 연결된다. 주차장 위쪽으로 덕산저수지 제방이 바라보인다. 덕산저수지는 덕산계곡 상류 장안산 골짜기를 막아 만든 저수지다.
‘방화동 생태길’은 장안산군립공원주차장에서 끝나지만 승용차를 아래쪽에 두고 온 사람들은 되돌아가야한다. 내려갈 때는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걷는다.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사람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장수 방화동 생태길’은 장안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덕산계곡과 방화동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울창한 숲과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여름철 트레킹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코스 : 방화동오토캠핑장→방화폭포→아랫용소 윗용소→장안산군립공원주차장(왕복)
※거리, 소요시간 : 편도 4.5㎞(왕복 9㎞), 왕복 3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방화동가족휴가촌주차장(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 번암면 방화동로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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