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위해 고인돌 옮겼다” 포항 인비리 유적 훼손 논란
전문가 “원위치가 곧 역사”…문화재 관리 기준과 제도 보완 시급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인비리에 있던 고인돌 5기가 최근 '기계 고인돌 축제'를 위해 새마을운동발상지운동장으로 옮겨지면서 "역사적 의미를 파괴한 문화재 훼손"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번에 옮겨진 인비리 고인돌은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지정은 받지 않은 비지정 문화재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청동기 시대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고학적 가치가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고인돌은 원래 자리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 의미라는 지적이다.
도굴 현장을 보는 듯한 처참함에 인비리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동 과정 자체도 문제로 삼는다. 주민 이동렬(78)씨는 "흙으로 메워진 자리를 보니 도굴 현장을 보는 듯했다"며 "비지정이라 해도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데 일반 바위처럼 다룬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강하게 비판한다.

또 "축제를 명분으로 유적을 옮기는 선례가 남으면 다른 문화재도 비슷한 이유로 훼손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제도적 허점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체계에서 비지정 문화재는 법적 보호 장치가 미약하다. 지정문화재처럼 개발 제한이나 복원·보존 의무가 강제되지 않아 행정기관이 허가를 내주면 이동·변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도난·도굴, 무단 이동 등 훼손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음에도 공공 자원 투입은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비지정 문화재라도 장차 지정문화재로 승격될 수 있는 잠재 가치가 크다"며 "원위치 보존 원칙을 명확히 하고 제도적 보완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