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연결된 존재”…김민정, 4년 만에 국내 개인전

김현경 2025. 8. 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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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한 줄, 검은색 한 줄, 보라색 한 줄, 노란색 한 줄. 벽면을 가득 채운 화폭에 색색의 지그재그 형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밖에도 투명하고 중첩된 한지 조각들이 독립된 개체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 드러나는 'Encounter', 작고 연약한 존재의 순간을 포착하고 이를 가느다란 잉크 선으로 연결한 'Predestination', 먹과 수채 물감이 서로 밀어내는 효과를 이용해 불꽃놀이의 찬란한 순간을 연상시키는 'Firework' 등 총 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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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One after the Other’ 개최
‘Zip’ 연작·‘Traces’ 국내 최초 공개
김민정 ‘Zip’(2024). [갤러리현대]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흰색 한 줄, 검은색 한 줄, 보라색 한 줄, 노란색 한 줄…. 벽면을 가득 채운 화폭에 색색의 지그재그 형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세필로 그린 것처럼 보이던 선은 가까이 다가가 보면 불에 그을린 자국이고, 단순한 회화인 줄 알았던 작품은 무수한 한지 조각을 이어 붙인 직물로 변신한다.

동아시아의 서예와 수묵화 전통, 동양 철학을 통해 현대 추상화의 영역을 확장해 온 김민정 작가의 개인전 ‘One after the Other’가 오는 27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염색한 한지를 길게 잘라 가장자리를 불로 태우고, 그 조각들을 지그재그 패턴으로 쌓아 올린 ‘Zip’ 연작 6점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작가가 어린 시절 지퍼를 올리던 기억에서 착안한 Zip 시리즈는 불태우기, 반복과 중첩을 통해 리듬감 있는 연속성을 만들어낸다. 각각의 조각은 개별적인 존재지만 서로 맞물리면서 전체로 연결된다. 지퍼의 끝 부분처럼 열리거나 빈 공간이 없이 빼곡히 들어찬 화면은 균열은 넘어 단단히 결속돼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명상이나 수행을 떠올리게 하는 반복적 작업은 관람객에게도 성찰과 치유의 시간을 불러일으킨다. 김민정 작가는 “‘Zip’은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맞닿아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지그재그 형태 속에서 이중성은 마침내 하나로 수렴하며, 그 과정 자체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불에 그을린 종이를 한 장 한 장 이어 붙이면 상처를 감싸는 치유와 조화의 숨결이 피어난다”고 말했다.

김민정 ‘Blue Mountain’(2025). [갤러리현대]

‘아트바젤 바젤 2024’에서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대형 작업 ‘Traces’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길이 8m에 달하는 ‘Mountain’을 중심으로, 양측 벽에는 ‘Mountain’을 얇게 자른 뒤 가장자리를 불로 태우고 이를 배열해 완성한 ‘Timeless’ 두 점이 전시된다.

‘Mountain’은 작가가 이탈리아 해변에서 끝없이 밀려 오는 바닷물을 보고 고향 광주의 산이 떠올라 형태를 뒤집어 표현한 작품이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면서 쌓이는 소리는 겹겹이 얹힌 먹의 층으로 표현된다.

‘Timeless’는 제목 그대로 시간을 초월한 존재, 바닷물결의 소리를 형상화한 작업이다.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은 순환을 보여주며, 두 연작의 물질적·형식적 연계는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이 밖에도 투명하고 중첩된 한지 조각들이 독립된 개체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 드러나는 ‘Encounter’, 작고 연약한 존재의 순간을 포착하고 이를 가느다란 잉크 선으로 연결한 ‘Predestination’, 먹과 수채 물감이 서로 밀어내는 효과를 이용해 불꽃놀이의 찬란한 순간을 연상시키는 ‘Firework’ 등 총 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종이, 먹, 그을음: 그 후’, 2021년 ‘Timeless(타임리스)’ 이후 갤러리현대와 작가가 함께 준비한 세 번째 개인전이다. 2024년 프랑스 남부 생폴 드 방스에 위치한 유럽의 권위 있는 현대미술 재단인 매그재단에서 개인전 ‘Mountain’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4년 전보다 더 고요하면서도 깊어진 작가는 ‘하나’ 다음 또 ‘하나’의 존재와 순간을 포착하며 결국 ‘연결’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민정 ‘Encounter’(2024). [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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