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트럼프 '기업 경영 개입'에 제동 걸다

한정연 기자 2025. 8. 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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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가장 좋은 시나리오대로 끝나
인텔 지분 10% 가져가는 등
美 경영권 개입주의 최고조에서
삼성전자 지분 거론 없이 끝내
美서도 광산·반도체 개입 비난
울퍼스 “북한식 계획경제 길 답습”
中·UAE 국가자본주의 롤모델 아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6일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추가 지급' 없는 가장 좋은 결과를 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의 기업 경영권 간섭을 잠시 막아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우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 정부가 칩스법 보조금 대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요구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트럼프의 기업 경영권 간섭주의를 자세히 알아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30일 펜실베이니아주 US스틸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삼성전자 지분 탈취는 현존하는 위협이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권에서 시행한 반도체법을 "부유한 대기업들에 현금을 퍼주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을 지분 투자 방식으로 바꾸자는 얘기다. 미국 납세자 입장에서도 훨씬 현명한 방식이다." 러트닉은 TSMC의 예를 들어 인텔 지분 확보의 정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후 여러 차례 미국과 일본 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했다. 미국 에너지회사 컨슈머스 에너지는 경제성이 없어진 미시간주 JH 캠벨 석탄 화력발전소를 지난 5월 폐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두차례에 걸쳐 폐쇄 금지 긴급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하루 운영비만 100만 달러가 넘는 노후 화력발전소를 최소한 11월까지 가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 지역의 정전 발생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트럼프가 지난 4월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산업'을 되살리자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 것과 좀 더 연관이 깊어 보인다.

트럼프의 기업 경영권에 대한 관심은 외국 회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미국 철강회사를 141억 달러에 인수하는 대가로 일본 신일본제철 자회사가 되는 US스틸의 황금주 1주를 받아 챙겼다.

황금주는 경영상 중요한 모든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를 갖는 주식이다. 러트닉 장관은 본사 이전부터, 투자 철회 등 모든 주요 경영 사항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7월에는 보조금 대가 등이 아니라 아예 전략적인 인수·합병(M&A)을 미 정부가 직접 수행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7월 11일 희토류 광산을 소유한 MP 머티리얼즈 지분 15%를 직접 인수했다. 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주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취하고, 텍사스주 공장에서 희토류 금속과 자석 등을 생산한다.

[사진 | 뉴시스]

트럼프의 경영 간섭주의는 8월 들어 반도체를 정조준했다. 11일에는 AMD·엔비디아의 대중對中 수출 제한을 풀어주는 대가로 중국 내 반도체 매출의 15%를 미 정부가 가져가는 데 합의했다.

우리와 정상회담 직전인 23일에는 미국 정부가 인텔에 지급한 보조금 등 89억 달러 대신 이 회사 지분 10%를 받기로 결정했다. 미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마이크론, TSMC, 삼성전자도 지분 인수 가능 기업으로 자주 거론됐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26일 오전 CNN은 트럼프의 경영 개입주의를 비판하는 기사에서 "트럼프 정부는 과거 어느 민주당 정권보다도 훨씬 더 많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교수(경제학)의 의견을 비중 있게 다뤘다.

울퍼스 교수는 "지금 미국의 개입주의는 한반도에서 지난 수십년간 벌어진 일과 비슷하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과 북한은 비슷한 지리적인 조건과 기후를 가지고 있다. 전쟁 후 북한은 계획경제로 운영됐고, 한국은 시장경제에 의존했다. 그런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북한 사람은 한국인보다 키가 1인치(2.54㎝)나 더 작고, 더 많이 병에 걸리고, 기대 수명은 짧은 데다, 1인당 평균 소득은 현저하게 적다." 한미 정상회담이 무척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미국 정부의 경영권 간섭주의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사기업 지분 취득이라는 행보를 국가자본주의라고 비판하는 미국 내 목소리도 높다. 울퍼스 교수는 "트럼프는 김정일이 아니겠지만, (북한식 계획경제의) 길을 답습하면 심각한 경제적 파탄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경영권 간섭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 중국식 경영 참여나 아랍에미리트(UAE)식 모델 사이의 어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두 모델 모두 모범적인 경제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다만, UAE 모델이 중국식 계획경제보다는 부작용이 적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7월 희토류 광산을 보유한 MP 머티리얼스 지분 15%를 사들였다. [사진 | 뉴시스]

중국은 정부가 직접 소유권을 보유한 경우 과잉 투자로 기업가치는 커졌지만,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하락했다. 베이징항공항천대학 루뎅 교수 등이 2020년 발표한 '정부 개입과 기업의 투자' 논문은 "정부 개입은 국영기업과 민간기업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가는 오를 수 있지만, 자본의 효율성은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UAE 중앙은행은 2018년 보고서에서 "2008~2016년 민간기업과 정부가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한 기업의 지표를 분석한 결과, 국가가 지분을 소유하면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이들 기업의 이익을 더 많이 챙겨줘 실적을 높여주는 효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UAE의 문제는 정부가 지분을 직접 소유한 기업이 상장회사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많다는 데 있다. 2014년 기준으로 UAE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의 80%가 이런 종류의 국영기업에서 발생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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