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카드, 무너진 선의…"디지털 방지턱"은 해답이 될까
디지털 급식카드 플랫폼 나비얌은 실시간 인증 절차 및 추적 기반 바우처 시스템으로 급식카드 오남용 사례를 예방한다.

경남 김해시의 초밥뷔페 쿠우쿠우 장유점은 지난 6월 20일, 매장 입구에 "급식카드를 소지한 아동의 무료 식사를 더는 제공하기 어렵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2019년부터 6년간 결식 우려 아동을 위한 무상 식사를 이어온 이 '착한 가게'가 지원을 멈춘 배경은 "급식카드를 동급생에게 빼앗겨 사용하는 사례가 확인됐다"는 이유였다. 해당 사연은 각종 언론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며, "선의를 실천한 가게가 오히려 피해를 입는 구조"라는 비판 여론을 낳았다.
급식카드는 '결식 우려'라는 낙인을 줄이기 위해 비실명, 무기명 카드로 설계돼 있다. 오프라인 실물 카드 형태로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바로 그 '익명성'이 도용과 강탈, 현금화 시도의 여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제도 설계의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선 소상공인들은 "카드 사용자가 실제 수혜자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부정 사용이 의심돼도 대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공공 시스템이 설계한 '익명성'이 현장의 선의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현실에 대응하고자 '기술'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나선 민간 플랫폼이 있다. 서울대 출신 김하연 대표가 이끄는 소셜벤처 '나눔비타민'은 디지털 급식카드 플랫폼 '나비얌'을 통해 실시간 인증·추적 기반의 바우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급식카드를 스마트폰에 등록한 후 모바일 쿠폰 형태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본인 인증 △카드 정보 매칭을 통한 실명 확인 △1인 1쿠폰 제한 △화면 캡처 방지를 위한 실사용 인증 절차 등이 작동한다. 매장에서 '사용 확인'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쿠폰이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화면 캡처 후 복제하는 방식의 부정 사용도 차단된다.
이 시스템은 거래 발생 즉시 서버에 사용 내역과 정산 기록이 남기 때문에, 사후 모니터링과 데이터 기반 정산 역시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나눔비타민 측은 "기술적 방지턱이 도입된 이후 실제 현장에서는 급식카드 강탈·대여 사례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확산 속도는 빠르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나비얌에는 전국 6만여 개 제휴 음식점이 등록돼 있으며, 이 중 4,800여 곳이 매출 일부를 사회공헌에 활용하는 '착한가게'로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3만 명의 수혜자에게 10만 건 이상의 모바일 식권이 발행됐으며, 이는 대기업 위주였던 기존 바우처 사용처를 지역 상권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는다. 지역경제와 복지가 함께 순환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물론 기술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바우처가 강력한 1차 방어막이 될 수는 있지만, 지자체·학교·복지기관 간 데이터 연계, 현장 모니터링 체계와의 결합이 병행돼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먹거리 안전망 감시단'과 같은 보완적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는 이러한 기술 기반 플랫폼과의 연계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공공의 복지 전달 체계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민관 협력 모델로서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무기명 카드 설계'라는 제도적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기술을 통해 현장의 신뢰와 선의를 보호할 수 있는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김해 '쿠우쿠우' 사장의 안내문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선의를 지속시키려면 누가, 어떻게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인가."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선의를 지켜내는 '첫 단추'가 될 수는 있다. 나비얌의 실험은 그 첫 단추를 디지털로 구현하고 있다.
홍보경 기자 bk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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