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급한불 껐지만 미군기지·농축산물·품목관세 큰불 여전

안소현 2025. 8. 26. 17: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주한미군 부지 소유권’ 거론… 속내 아리송
방위비 분담금 증액·對中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아
농축산물 검역완화, 철강·반도체 관세 문제 미룬 상태
이재명 대통령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참석.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다만 당장의 외교적 불안은 진화했지만, 굵직한 현안은 숙제로 남았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농축산물 검역 완화, 품목관세 등 민감한 문제는 뒤로 미뤘다. 언제든 화약고처럼 터질 수 있는 문제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느냐’는 물음에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는 한국에 우리가 큰 기지를 갖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소유권을) 원한다”며 “우리는 임대차 계약을 없애고 우리가 엄청난 군 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흥적인 발언처럼 보였지만 속내는 가볍지 않다는 분석이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직결된 문제일 뿐 아니라, 향후 방위비 분담 협상과도 맞닿아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후 협상에서 ‘기지 소유권’과 ‘분담금 증액’을 묶어 다시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문제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미국이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 기조 속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가능성도 크다.

미국에 기지 활용 권한이 주어지면 대만해협 유사 시 주한미군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고, 이는 한반도 리스크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워싱턴DC의 프레스센터 브리핑을 통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재건하자,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보자는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당장은 논란을 비껴갔다. 다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한국의 선택을 압박하는 쟁점으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양국 통상 현안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히 농축산물 추가 개방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갈리면서 주목받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농축산물 추가개방에 대한 대화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아예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회담 이후 진행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미국에서는 시장 개방을 원하고 있다”며 “우리 농민과 제조업자, 혁신가를 위해 시장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대미 투자를 더욱 확대했으면 좋겠고 한국 시장에 대한 (미국의) 접근도 늘려 나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대한(對韓)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반도체 공급망, 배터리 부품 규제 등 굵직한 통상 현안 역시 구체적 합의 없이 넘어갔다. 이는 언제든 다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뇌관이다.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도 어떤 결과가 도출됐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보’를 위한 원자력협정 개정을 원하는 상황에서 위 실장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조선 협력을 크게 늘려가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에 더해 원자력 협력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앞으로도 원자력 협력과 관련한 양국의 추가적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상세 내용을 지금 소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국민께 실망을 드리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난제는 모두 뒤로 미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실용주의’ 외교의 단면을 보여줬다. 형식적 절차를 줄이고, 협상 테이블에서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안건에만 집중한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실용주의가 ‘갈등 유보’로만 비칠 경우 협상 상대에게는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재협상, 방위비 문제 등에서 “한국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직설적 화법을 구사해온 만큼 남겨둔 쟁점이 더 큰 압박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