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에마 스톤·조지 클루니 … 별들의 베네치아
미국 범죄소설 '액스' 각색
박찬욱 감독 '어쩔수가없다'
'크렘린의 마법사' '이방인' 등
소설 원작 작품들 다수 포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3편 진출
가자지구·푸틴 등 정치비판도
수상결과 9월 7일 새벽 발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인 '경쟁 부문(공식명칭 VENEZIA 82)'에 진출하면서 영화인들 시선이 온통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향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에서 초청받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 작품은 21편. 어떤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두고 박 감독과 경쟁하게 될까.
우선 베네치아영화제 최고상 명칭이 '황금사자상'인 이유는 이 도시의 수호성인인 성 마르코(St. Mark)와 관련이 깊다. 베네치아는 9세기께 '마가복음'의 저자인 성 마르코를 수호성인으로 삼았고, 그의 상징이 '날개 달린 사자'였다. 1932년 출범한 베네치아 영화제는 사자를 휘장과 트로피로 채택했는데, 도금이긴 해도 무게 4㎏에 달하는 황금사자상은 영화인들이 가장 탐내는 상징적 트로피다.
최근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은 2019년 토드 필립스의 '조커', 2020년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 2021년 오드레 디완의 '레벤느망', 2023년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 2024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더 룸 넥스트 도어'였다. 올해의 경우 유독 소설 원작 작품이 눈에 띈다.
박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범죄소설 '액스(도끼)'를,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크렘린의 마법사'는 프랑스의 줄리아노 다 엠폴리의 동명 소설을, 프랑수아 오종의 '이방인'은 알베르 카뮈의 그 유명한 소설을, 발레리 돈젤리의 '앳 워크'는 프랑쿠 쿠르테스의 회고록을 각각 각색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제지업체에서 잘린 주인공 만수가 타 회사 경력직 입사에 방해가 되는 자신의 경쟁자들을 살해하기 위해 거짓 채용공고를 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회적 죽음'을 뜻하는 실직에 관한 블랙코미디다. '평범한 남자의 내면에서 절망의 외부 세계로 표출되는 분노와 집착, 망상'을 담은 이 작품은 이병헌·손예진이 주연을 맡았다.
'크렘린의 마법사'는 러시아의 젊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그를 보좌했던 '스핀 닥터(메시지 왜곡 전문가)' 바딤 바라노프의 회고를 다룬다. 푸틴 역은 유명배우 주드 로가 맡았다. 바딤 바라노프는 실존인물은 아니다.
'이방인'은 1938년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뫼르소를 조명하는데, 오종 감독은 "모든 독자가 마음속으로 상상해본 걸작을 각색하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앳 워크'는 성공한 사진작가가 어느 날 모든 걸 내려놓고 글쓰기에 전념하기로 결심한 뒤 겪는 가난과 불안, 창작의 고통을 다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 무려 3편이나 진출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배우로 성공했지만 자신이 내린 선택들을 반추하는 남성을 그린 조지 클루니 주연, 노아 바움백의 영화 '제이 캘리', 고전소설 프랑켄슈타인을 각색해 과학자의 오만한 창조가 빚어낸 비극을 다룬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 미국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의 책임 소재를 고민하는 캐스린 비글로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등 3편이 넷플릭스 작품이다.
바움백, 토로, 비글로 모두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을 제패했거나 후보에 오른 감독들이어서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더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부고니아(bugonia)'는 2003년 한국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으로, 원작에선 신하균·백윤식·황정민이 주연을 맡았는데 이번 리메이크작 주연은 에마 스톤이다. 부고니아는 '죽은 소의 시체에서 벌이 생겨난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의 전승을 함축하는 용어라고 한다. 란티모스는 '가여운 것들'로 2023년 이미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현실 정치 문제를 첨예하게 다룬 작품으로는 카우테르 벤 하니아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줄거리만으로도 여운을 남긴다. 팔레스타인 5세 소녀 힌드 라잡이 차량에 갇혀 적십자사에 구조를 요청하는 줄거리다. 파올로 소렌티노의 '라 그라치아'는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이 두 건의 사면과 파격적인 정책을 입법해야 하는 상황을 그렸다. 인간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미래 준거점이 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현실 정치를 깊이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베네치아영화제는 8월 26일(현지시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개막하며 황금사자상 등 수상 결과는 9월 6일 저녁(한국시간 7일 새벽) 발표된다.
[베네치아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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