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질병도 산재'… 절반 가까이 묻힌다

조태훈 기자 2025. 8. 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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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관련 산재 40% 인정 못 받아
현장 위험·예방 대책 등 마련 한계
법적 책임 여부에 따라만 집계 반영
노동부 "승인 안 되면 관리 대상 아냐"
전국 질병별 판정 현황.

광주·전남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 상당수가 공식 기록에 반영되지 않아 현장 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락·끼임 등 눈에 보이는 사고는 비교적 승인되지만,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병처럼 원인 규명이 어려운 '보이지 않는 산재'는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로 인해 실제 위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예방 대책 마련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근로복지공단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 산재(질병) 신청 건수는 2023년 2천313건에서 2024년 3천296건으로 늘었지만, 승인율은 각각 58.3%, 61.3%에 머물렀다. 전국 승인율도 같은 기간 59.5%와 58.1%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신청 10건 중 4건은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뼈가 부러지고 피가 나는 사고는 산재로 인정되지만, 근골격계·뇌심혈관 질환은 극도로 보수적으로 본다"며 "공식 기록에 잡히지 않는 재해가 실제로는 더 많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의 집계 방식에서 비롯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건수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재해 현황을 파악하지만, 두 지표 모두 행정 절차와 법적 책임 인정 여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실제 사고와 차이가 발생한다. 사업주가 보고를 누락하거나, 피해자가 불이익을 우려해 신청을 포기하고, 근로복지공단이 불승인 판정을 내리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했더라도 공식 기록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고'로 처리된다. 결국 실제 사고 발생 여부보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통계 반영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산재 승인이 안 된 것은 산업재해로 보지 않기 때문에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에 현장에서는 산재 승인과 관련한 불신이 쌓여 있다. 노동계는 "산재 보험을 노린 꾀병이라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산재 지정 병원은 대부분 기관 편인데 승인율이 60%대에 머무른다는 건 근로자가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제도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 즉시 보고"를 지시하며 보고 체계 강화를 주문했지만, 승인 건수와 법 위반 여부에만 의존하는 현 집계 체계로는 실태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산재와의 전쟁을 내건 정부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행정 절차를 거친 공식 기록만으로는 산재 예방 정책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현 집계 방식은 제도와 행정 해석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험보다 수치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한 모든 사고를 기초자료로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실질적으로 위험을 줄이는 정책과 예방 대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