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귀' 김진웅 뭇매 맞게 하고 입닫은 '서브' 제작진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5. 8. 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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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언 왜 편집 못했나?...모두에 상처 된 제작진의 자충수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김진웅, 사진제공=KBS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질 수도 있다. KBS 김진웅 아나운서의 상황이 딱 이랬다. 그는 선배 아나운서인 도경완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 이 상황을 오롯이 김진웅이 짊어져야 할까? 편집권을 가진 제작진의 배려없는 자세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이란 모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웅은 지난 24일 방송된 KBS 2TV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난 도경완 선배처럼 못 산다. 선배한테 결례인 말일 수 있지만 누군가의 서브로는 못 산다"고 속내를 밝혔다. 또 다른 선배인 엄지인 아나운서가 "도경완이 왜 서브냐"는 질문에 그는 "선배한테 죄송하고 결례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런 내조를 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직후 도경완의 아내인 가수 장윤정은 SNS를 통해 "친분도 없는데 허허"라면서 "상대가 웃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은 농담이나 장난으로 포장될 수 없다. 가족 사이에 서브는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장윤정은 "(김진웅이) 조금 전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고 내 번호를 수소문해 연락 한다면서 사과의 말을 전해왔다"며 "사과 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 했을 테고 사과해 오면 그 마음을 생각 해서라도 받아야 한다. 긴 말 하지 않겠다. 앞 날에 여유, 행복, 행운이 깃들길 바라겠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도경완 역시 26일 SNS에 "우리 부부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일지도 모른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단단하게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다"며 "김진웅에게 사과 문자를 받았다. 우리 가족과 사랑해주는 분들께 상처를 입힌 것 같아 속이 상했지만, 누군가 또 상처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김진웅은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그의 나이가 30대 후반 임을 고려할 때 치기 어린 발언으로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잖다. 이에 대해 그의 입장은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스스로에겐 귀하게 찾아온 기회인 듯해 의욕만 앞서다 보니 신중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말았다"였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그의 KBS 선배이자 역대 프리랜서 아나운서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전현무가 진행을 맡고 있다. 김진웅 입장에서는 모처럼 찾아온 방송 출연 기회를 살리기 위해 보다 임팩트를 주는 발언을 하고 싶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멘트가 부적절했다는 것은 녹화에 함께 참여한 출연진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다음은 제작진의 몫이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녹화 방송이다. 생방송이라면 한 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지만, 이 프로그램은 다르다. 제작진이 편집 과정에서 얼마든지 걷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과없이 해당 장면을 내보냈고, 김진웅은 날 선 비판을 받게 됐다.

김진웅의 발언이 잘못됐기 때문에 제작진이 오히려 피해를 입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편집권을 쥔 제작진이 해당 내용을 송출하기로 결정한 순간, 이미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도경완·장윤정 부부 입장에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진은 명백한 가해자다. 김진웅의 발언으로 인해 부부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제작진은 염두에 뒀어야 한다. '도경완=서브'라는 불쾌하고 불필요한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잘못 역시 제작진의 몫이다. 김진웅이 아니라, 도경완·장윤정 부부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해당 발언은 편집해서 들어냈어야 옳다.

도경완(왼쪽)과 장윤정 부부. /사진제공=LG헬로비전

결과적으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평소보다 수십∼수백 배가 넘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슈화가 목적이었다면 제작진의 노림수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과 제작진의 도덕적 생채기는 남았다. 게다가 제작진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이나 사과를 내지 않고 있다.

KBS는 '수신료의 가치'를 꾸준히 부르짖고 있다. 수신료 분리 징수로 인해 큰 위기를 맞았으나, 다시금 통합 징수로 결정되며 큰 산을 넘었다. 그러자 KBS는 이제 다시금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45년 간 수신료가 고정된 것을 고려할 때, 물가 상승률까지 따져 어느 정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그만큼의 가치를 보여주냐'다. 공영방송사로서, 재난주관방송사로서 KBS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사태와 같은 실수 하나는 KBS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습 과정에서 편집권을 쥔 제작진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더욱 수신료의 가치를 외면하는 행위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김진웅의 해당 발언이 담긴 320회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KBS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회차를 볼 수 없다.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식적인 입장 및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김진웅 만의 잘못으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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