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러닝하던 당신...사타구니 뻐근한데, 바로 ‘이것’ 때문?
![러닝은 건강에 참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고관절이 자주 뻐근할 땐, '근육통'이라며 그냥 흘려버려선 안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6/KorMedi/20250826160918172lovn.jpg)
부산 사하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씨는 매일 야간 러닝(running)을 즐겼다. 동네 러닝 크루에도 가입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고관절에 통증이 있는가 싶더니, 사타구니 깊은 쪽에 뻐근한 느낌이 뚜렷했다.
너무 열심히 운동하니 근육통이 왔나 싶어 무시했는데, 결국은 절뚝거리며 걷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Avascular Necrosis of the Femoral Head).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다. "대퇴골의 머리 부분, 즉 대퇴골두(大腿骨頭)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없는(無血性) 상태에서 골두 부위가 썩어 들어가는(壞死) 병"이라 했다.
"뛰면서 생긴 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선 "예전엔 주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에게 많이 생겼지만, 최근엔 30~50대 젊은 남성 환자에게도 많다"고 했다. 특히 "과음, 스테로이드 사용 등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러닝, 축구 같은 격한 운동으로 인한 발생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진단 환자 수가 매년 1만5,000명을 넘는다.
부산 더탄탄병원 윤동길 관절센터장은 "초기에는 환자 스스로도 잘 모른다"면서 "사타구니나 엉덩이 뻐근함으로 시작해 결국엔 고관절이 함몰되고 걷기조차 힘들어지는 병"이라 했다.
![윤동길 관절센터장. [사진=부산 더탄탄병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6/KorMedi/20250826160919416jtki.jpg)
대퇴골두는 골반뼈와 맞닿는 허벅지 대퇴골의 둥근 뼈머리. 이 부위는 뼈 속을 지나는 작은 혈관 몇 가닥에 의존해 혈액을 공급받는다. 그런데 뼈 말단으로 갈수록 혈관이 병목처럼 좁아진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혈관이 막히면 괴사가 일어나기 시작된다. 운동(특히 러닝) 시 고관절에는 체중의 몇 배에 이르는 하중이 전해지고 잘못된 착지, 근육 불균형, 다리 길이 차이, 부적절한 자세 등과 결합될 경우, 혈관에 염증이 생기거나 막히면서부터다.
스테로이드 남용, 과도한 음주 등으로 혈관에 지방까지 많아지면 미세 혈전이나 색전(혈관 내 덩어리)까지 가세하면서 더 심각해진다. 골두 부위부터 뼈가 썩어 들어가는 것이다.
왜 하필 대퇴골두에?
그나마 다른 장기들엔 한쪽 모세혈관이 막히면 인근에 우회(迂廻)혈관이라도 자라는데, 여긴 그럴 여지도 없다. 기본적으로 여기 혈관망이 워낙 빈약해서다. 어떻게 보면 뇌(뇌경색), 심장(심근경색), 신장(급성신부전)보다 오히려 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윤 센터장은 "고관절은 인체 해부학적으로 혈액 순환 장애에 무척 취약하다"며 "과도하거나 준비 없이 시작한 러닝이 고관절에 반복적인 하중과 충격을 주고, 이 때문에 고관절 점액낭염, 스트레스 골절, 심지어 뼈 괴사까지 불러온다"고 했다.
![[사진=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6/KorMedi/20250826160920786acwk.jpg)
X-ray만으로는 어렵다… MRI, CT, 뼈스캔으로 봐야 정확하다
이 병의 또 다른 함정은 초기 증상이 모호하다는 것. 앉았다 일어날 때, 계단을 오를 때 묵직한 느낌만 있다. 대부분 '운동 부족 탓'이라 넘기지만, 이미 병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
X-ray상 대퇴골두 내 경화(정상보다 하얗게 보임), 골절선, 골두의 함몰 등 전형적인 소견을 관찰할 수 있으나, 초기에는 별다른 이상 소견을 발견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현재까진 가장 정확한 검사 방법이 자기공명영상(MRI)이다. 심지어 증상이 없던 반대쪽 대퇴골두 괴사까지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괴사의 위치와 크기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예후 예측, 치료 방법의 결정 등에 매우 유용하다. CT, 뼈스캔(Bone scan) 등도 진단 및 뼈의 형태를 보기 위해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병의 진행 정도는 'Ficat 분류'로...어느 단계에 어떤 치료를?
치료는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조기에 발견했는지 여부가 치료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초기 단계(Ficat 1기)는 X-ray에서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MRI에서만 미세한 변화가 확인되는 경우다. 그래도 이때는 보존적 치료(약물, 물리치료 등)로도 어느 정도 대처 가능하다.
하지만 골두에 괴사가 더 진행되면(Ficat 2기) 그것만으로는 어렵다. 괴사 부위에 구멍을 내어 압력을 낮추고 새로운 혈류가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감압술(減壓術) 등 적절한 시술이 필요하다. 골이식술을 통해 괴사된 부위를 건강한 뼈로 대체해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
젊은 환자라면 회전 절골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퇴골을 일부 절제하고 위치를 바꿔 체중이 괴사 부위에 직접 실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골두의 괴사가 더 진행되어 골두에 함몰(Ficat 3기)이 있고, 골두면의 변화로 이차적인 관절염 단계(Ficat 4기)가 되면 고관절 자체를 살리기 힘들게 된다. 이때는 고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인공관절 전치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
더탄탄병원 윤동길 센터장은 "뼈가 썩어 들어가는 병의 특성상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조기 진단을 놓치면 인공관절 치환술로 바로 직행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그에 앞서 발견하면 다른 치료를 통해서도 고관절을 지킬 수 있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조차 무심히 넘겨선 안 되는 것은 바로 그런 때문이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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