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엔 왜 살 빼기 어려워질까 [기고]

2025. 8. 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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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 급격히 감소해
피하 아닌 내장에 지방 쌓여
식단관리·호르몬 요법 등
맞춤형 체중관리 전략 필요

갱년기는 단지 생리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많은 여성이 "예전보다 적게 먹는데도 살이 찐다" "운동을 해도 효과가 없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갱년기 이후 체중 증가와 복부 비만은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변화다. 이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닌 호르몬 변화에 따른 대사 변화와 깊이 연결돼 있다. 갱년기에 살이 더 잘 찌는 가장 큰 원인은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이다.

에스트로겐은 단순한 성호르몬이 아닌, 대사 조절과 지방 분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다. 폐경 전에는 지방이 주로 엉덩이, 허벅지에 피하지방 형태로 저장되지만 폐경 이후에는 복부 내장지방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초대사량(BMR) 감소→ 에너지 소비 감소→인슐린 저항성 증가→ 근육량 감소(sarcopenia) 등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진행된다. 그 결과 같은 양을 먹어도 더 쉽게 살이 찌고, 특히 복부 비만과 대사증후군, 당뇨, 심혈관질환 위험이 함께 증가한다.

갱년기 이전의 체중 증가는 주로 피하지방 형태로 축적되는 반면, 갱년기 이후에는 지방이 내장지방 중심으로 재분포되는 특징이 있다.

내장지방 증가는 단순한 체형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심혈관 질환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 질환의 위험을 현저히 높인다. 또한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환경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임기에는 생리주기나 임신·출산과 같은 호르몬 주기에 따라 지방 축적과 소모가 반복되는 구조였다면, 갱년기 이후에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하면서 지방이 고정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이로 인해 한 번 증가한 체중은 감량이 어렵고, 유지 또한 쉽지 않은 대사 환경이 형성된다.

갱년기 이후 여성의 체중 감량은 젊은 시절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며, 보다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 이유로는 먼저 기초대사량 감소가 있다. 폐경 이후 기초대사량은 평균적으로 10~20% 감소해 동일한 식사량과 활동량에서도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근육량 감소 역시 주요 원인이다. 근육량이 줄어들수록 운동의 대사 효과는 저하되며, 체지방 비율은 반대로 증가하게 된다. 이와 함께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렙틴, 그렐린 등 식욕 조절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며 포만감을 덜 느끼고 식욕은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여기에 더해 수면의 질 저하와 심리적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켜 지방 특히 복부 내장지방의 축적을 더욱 촉진시킨다.

결과적으로 갱년기 이후 지방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고정되는 경향이 강해져 감량이 어렵고 유지가 힘든 체질로 바뀌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은 동일한 체중 감량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감량률이 더 낮고, 요요현상이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갱년기 이후의 체중 관리는 단순한 칼로리 제한보다 호르몬 변화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저강도이면서도 빈도가 높은 운동을 통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근육량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과 함께 저항성 운동(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한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늘리는 것이 근육 소실을 방지하고, 동시에 포만감을 높여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식이조절 역시 변화된 호르몬 환경에 맞춰야 하며,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권장된다.

필요할 경우 전문의 상담을 통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나 호르몬 대체요법(HRT) 등의 의학적 개입도 고려할 수 있다. 갱년기 살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호르몬 문제다.

갱년기 체중 증가는 여성 탓이 아니라 생리적인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러나 그대로 두면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중년 여성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전문적인 체중 관리와 호르몬 균형 치료가 병행돼야 하며, 단순히 '다이어트'를 넘어서 중년 여성을 위한 웰니스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동희 우아한여성의원 대표원장·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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