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치료 '뇌의 피로'부터 풀어야 [기고]
뇌문제 나타나는 환자 많아
오장육부 밀접히 연결된 귀
정확한 진단이 치료 첫걸음

우리 모두는 귀가 웅웅거리거나 '삐~' 소리가 나는 이명(耳鳴)을 한번쯤 경험한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하지만, 이명은 단순히 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명은 귀의 질환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지친 뇌가 보내는 절박한 피로 신호일 수 있다.
현대인에게 '멍 때리기'는 사치스러운 행위가 됐다. 복잡하고 다원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끊임없는 자극은 마치 과열된 엔진처럼 우리의 뇌를 혹사시킨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 화면을 끊임없이 스크롤하며 SNS 피드를 확인하고,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며 쏟아지는 뉴스 기사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러한 행동은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자극을 주입한다. 뇌가 쉴 틈 없이 작동할수록 생각의 잔해들은 쌓여가고, 이는 이명이라는 형태로 머릿속을 맴돌게 된다.
마치 컴퓨터가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리면 느려지고 과열되듯이 우리의 뇌도 수많은 생각과 걱정, 정보의 홍수에 갇혀 피로가 누적되면 내부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한다. 이명이 귀에서 나는 소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 뇌의 청각처리 시스템이 피로로 인해 오작동하며 만들어내는 환청과 같은 증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내풍(耳內風)에서 30여 년 동안 3만명이 넘는 이명환자를 살펴본 결과 이명에는 뇌의 문제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내풍은 이명, 난청, 어지럼증 치료를 위해 한의원과 과학기술을 결합해 청력 회복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한의사들의 네트워크(대표 황재옥)다. 이 때문에 이명은 정신질환에 더 가까워 보일 때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인간의 기억, 동기, 감정, 욕망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 쪽 회로가 복잡게 꼬여 있으면 치료가 쉽지 않다. 이명 환자들이 주로 고막과 달팽이관에 집중하는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별로 호전이 없다고 하는 것도 뇌의 연관성을 뒷받침한다.
상당수 이명 환자들은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를 했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이명에는 특별한 약이 없습니다. 적응하세요. 나중에 귀가 많이 나빠지면 보청기를 하러 오세요"라는 얘기를 듣고 낙담하곤 한다.
그러나 이명은 치료를 해야 한다. 일반인의 20%는 태어나서 한 번 이상 이명을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지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움을 겪는 환자들도 많다. 난청, 어지럼증, 불안증,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치료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괴로워한다.
이명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뇌의 건강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 한의학에서는 이명을 단지 귀만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전신적(全身的) 관점에서 진단하고 치료한다.
먼저 이명 치료에 앞서 귀와 연결된 오장육부의 기능을 면밀히 살핀다. 신장, 간, 심장 등 전신장기의 기(氣)와 혈(血)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이명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몸의 순환을 개선하고 오장육부 기능을 강화해 귀가 보내는 이상 신호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이명 치료 지름길이다.
둘째는 혈류 공급 및 노폐물 배출이다. 이명은 귀와 뇌로의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다. 한의학은 이명 치료 시 경추와 후두부 구조를 바로잡는 치료를 병행해 귀와 뇌로 이어지는 통로를 확보한다. 막혔던 물길을 틔워주듯이 귀와 뇌에 신선한 혈류를 공급해 이명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이명의 근본 원인인 뇌의 피로 해소이다. 한약, 침, 약침, 추나요법, 두개천골치료, 뇌파 훈련 등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는 뇌를 진정하고 편안하게 하여 이명증상을 감소시킨다.
이명치료는 곧 우리 뇌를 치료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삶의 질을 높인다. 귀를 울리는 이명에 귀를 기울이고, 뇌가 보내는 신호를 경청해 진정한 휴식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건강한 삶을 위한 첫걸음이다.
[맹유숙 청담맹유숙한의원 원장·한국네스학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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