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대출규제 피난처?…서울 非아파트 시장 고개 들까
정비사업 인근 지역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 등자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전세 사기,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외면받던 비(非)아파트 시장이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6·27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 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문이 막힌 데다, 서울시가 도시정비 사업의 재시동을 거는 등 재개발 시장에 점차 훈풍이 불고 있어서다. 빌라 등 비아파트는 서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및 용산구에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연일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부동산 프롭테크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1만603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증가했다. 특히 올해 2분기 거래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1조2915억원 증가한 3조7010억원으로 2021년 3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년간 주춤했던 실거래 지수도 올해 들어 연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지수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실거래 지수(2017년 11월=100)는 150.5로 집계됐다.
빌라를 비롯한 서울 비아파트 시장은 2020~21년 부동산 상승기 시절 연간 10% 이상 가격이 오르며 아파트와 덩달아 호황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2022년 대규모 전세 사기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면서 2.22% 하락했고, 2023년에도 보합에 그치면서 기피 투자처로 꼽혔다.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로 분류되는 주택 시장이 올해 들어 다시 회복세를 탄 건 수익성이 낮은 '기피 투자처'에서 각종 부동산 규제를 비껴갈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경우 지난 3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적용되면서 투자를 위한 아파트 매수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비아파트의 경우 토허제 규제를 받지 않아 대안 투자 수요가 몰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2분기 빌라 거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된 지역이나 재건축·재개발 공급이 많은 지역에 집중됐다. 용산구는 전 분기 대비 빌라 거래량이 128.2% 증가했고, 동작구(82.6%)와 강남구(81.1%)도 거래량이 폭증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자양 4동 A구역 등이 위치한 광진구(61.4%), 성동구(59.3%) 거래량도 전 분기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대비 적은 자본으로 투입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비아파트 투자의 대표적인 매력 중 하나다. 6·27 부동산 대책으로 6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상대적으로 자금 문턱이 낮은 빌라 등에 수요가 몰리게 된 것이다. 6·27 대책 이후 거래되는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가격이 하락한 이유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27일~8월26일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9790만원으로 대출 규제 시행 이전(4억1064만원) 대비 1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정비사업 속도전 기대감에 신고가 거래 잇따라
한편으로는 올들어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을 활용해 대대적인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주택 공급 촉진 방안을 통해 재개발의 대표적인 병목으로 꼽히는 정비사업 기간을 5.5년 단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비아파트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곳곳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다세대·연립주택의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구 신당동 신당10구역 맞은편에 위치한 현대로얄빌라 전용 77.95㎡는 지난해 9월 6억2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달 15일 8억8000만원에 거래되면서 1년 새 2억원 이상 올랐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도시 정비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거래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권의 마지막 대규모 재개발 지역으로 꼽히는 송파구 마천동에서도 이달 두 차례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마천동 355-3번지 전용 42.06㎡는 지난 10일 8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신고가(7억3000만원)를 갈아치웠으며, 이레재하우스 전용 34.97㎡도 지난 16일 5억8500만원에 거래 신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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