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비용 많이 쓰게 만드는 판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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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기자가 군 복무를 한 부대의 본부는 3층 건물이었다.
"1978년 9월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명되었는데, 여성 전용 화장실이 없어 곤욕을 치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법원이었는데, 남녀가 구분되지 않은 화장실뿐이었습니다." 전 전 대법관은 "그때 비로소 여성 법관 세 사람의 요청에 의해 여성 화장실을 분리, 설치하는 공사를 하게 되었다"며 "그 후 저는 가는 곳(법원)마다 그 법원에서 처음 구경하는 여성 판사인 동시에 화장실 개조를 하게 만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판사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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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기자가 군 복무를 한 부대의 본부는 3층 건물이었다. 남자 화장실이야 층마다 있지만, 여자 화장실은 2층에 딱 하나뿐이었다. 당시는 부대에 여성 장교나 부사관이 한 명도 없을 때였다. 군무원 중 여자가 있긴 했으나 그 숫자는 10명도 채 안 됐다. 그러니 여자 화장실을 층마다 설치하지 않은 것을 나무라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요즘 군대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 시절 화장실 청소는 병사들 몫이었다. 아니, 이는 남자 화장실에 국한한 얘기일 뿐이다. 병사들이 여자 화장실까지 청소하는 것을 그 어떤 여성 군무원이 반기겠는가. 여자 화장실은 여성 군무원들끼리 순번을 정해 1주일씩 돌아가며 청소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느닷없이 이런 얘기를 꺼낸 것은 전수안(73) 전 대법관이 최근 펴낸 책 ‘지문 하나 남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은빛)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12월 한국젠더법학회 창립을 축하하며 초임 판사 시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1978년 9월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명되었는데, 여성 전용 화장실이 없어 곤욕을 치렀습니다. …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법원이었는데, 남녀가 구분되지 않은 화장실뿐이었습니다.” 전 전 대법관은 “그때 비로소 여성 법관 세 사람의 요청에 의해 여성 화장실을 분리, 설치하는 공사를 하게 되었다”며 “그 후 저는 가는 곳(법원)마다 그 법원에서 처음 구경하는 여성 판사인 동시에 화장실 개조를 하게 만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판사였다”고 회상했다. 참으로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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