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편견 없이 세상과 이어주는 다리…새 가족 만난 네 발의 천사

배규민 기자 2025. 8. 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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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32주년을 맞은 기념식장은 환희와 눈물로 뒤섞였다.

무대에 오른 퍼피워커(자원봉사 가정)들이 지난 1년간 강아지들과 보낸 시간을 회상하자 객석에서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퍼피워커들은 강아지들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안내견학교와 삼성화재, 관계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태어난 지 8~9주 된 강아지들은 퍼피워커 가정에서 1년 동안 돌봄을 받으며 기본적인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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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8주 된 리트리버 강아지들. 이들은 곧 자원봉사 가정에 위탁돼 1년간 돌봄을 받으며 기본적인 양육과 다양한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사진제공=배규민 기자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 안내견학교. 개교 32주년을 맞은 기념식장은 환희와 눈물로 뒤섞였다. 무대에 오른 퍼피워커(자원봉사 가정)들이 지난 1년간 강아지들과 보낸 시간을 회상하자 객석에서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강아지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울먹이거나, 마이크를 잡자마자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는 봉사자가 대부분이었다.

퍼피워커들은 강아지들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안내견학교와 삼성화재, 관계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돌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강아지들이 우리를 키웠다"며 "사랑과 행복을 선물해준 존재였다"고 입을 모았다. 안내견 '방긋'을 맡았던 한 봉사자는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쏟아부은 시간이 내게도 값진 기회였다"고 전했다. 어린이 퍼피워커는 "태극이를 키우면서 사람들의 따뜻함과 세상의 선함을 느꼈다"며 "안내견과 함께한 시간은 내 인생 가장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8~9주 된 강아지들은 퍼피워커 가정에서 1년 동안 돌봄을 받으며 기본적인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본격적인 훈련을 마친 뒤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함께 사회로 나선다. 실제로 이날 안내견학교에서 만난 8주 된 강아지들은 처음 본 기자가 안아도 낯설어하지 않았다. 꼬리를 흔들며 눈을 맞추고 가슴에 폭 안기며 사람을 향한 본능적인 친화력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서 퍼피워커의 품을 떠난 8마리 강아지는 각각의 파트너와 첫 걸음을 내디뎠다. 안내견 '태극'의 새로운 파트너 도지우씨는 "파트너 동반교육 기간 내내 '무엇을 먹고 이렇게 예쁘게 컸냐'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태극을 만나고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고 싶은 일, 꾸고 싶은 꿈이 많았는데 태극이 곁에 있기에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는 26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학교 개교 32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사진 왼쪽 다섯번째 부터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이수성 장애인 먼저 실천 운동본부 이사장, 김소현 해마루 반려동물 의료 재단 이사장/사진제공=삼성화재


유석종 안내견학교 프로는 행사 전 기자와 만나 "국내 시각장애인 26만명 중 80%가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경우"라며 "안내견은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도 세상과 이어지는 다리가 돼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는 많다. 안내견 '산이'의 파트너 박현숙씨는 "시력을 완전히 잃고 나서는 집 밖을 자유롭게 나서지 못했다. 집 안에 머물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만 쌓였다"며 "성격상 주변에 부탁하기 어려웠는데 산이 덕분에 당당하게 밖으로 나서고, 삶이 한층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네 번째 안내견 '태백'을 분양받으며 "안내견은 나의 눈이자 가족이자 마음의 위안처"라고 말했다. 그는 "태백이가 웃으면 나도 따라 웃게 된다"며 "안내견 덕분에 독립적인 음악인으로, 그리고 정치인으로 설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내견의 삶도 주목할 만하다. 체계적인 관리와 파트너·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 속에서 평균 수명은 13.9세로 동일 견종보다 약 1년 길다. 1996년 태어난 안내견 '보은이'는 무려 18년을 살다 2014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유석종 프로는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희생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리트리버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며 "안내견의 삶은 봉사라기보다 교감과 행복에 가깝다"고 말했다.

안내견은 신호등이나 버스 번호는 알지 못하지만 뛰어난 후각과 청각을 통해 건널목과 정류장에서 파트너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다. 계단 앞에 멈춰 알리는 안내견. /사진제공=배규민 기자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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