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찰'이 진짜 범죄 잡다 : 3D 경찰관 홀로그램의 비밀

김하나 기자 2025. 8. 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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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서울 중구 저동 3공원에 등장한
3차원(3D) 경찰관 홀로그램
범죄 예방하는 데 기여해
범죄 발생 비율 22% 줄여
긍정적 효과 계속 이어질까

서울 중구 저동 3공원에 설치된 '홀로그램 경찰관'. 매일 저녁 실물 크기로 등장하는 가상 경찰이다. 누군가는 '가짜 경찰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범죄 예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홀로그램 경찰관'을 설치한 후 이곳에서 발생하던 주취 소란 등 우발적 범죄가 22%가량 줄었다. 문제는 이 실험적인 범죄 예방책이 지속가능하냐는 점이다.

서울 중구 저동 3공원에 '3차원(3D) 경찰관 홀로그램'이 등장했다.[사진|서울 중부경찰서 제공]

"이 지역은 지능형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폭력 등 긴급상황 발생 시 경찰이 실시간으로 대응합니다." 18일 밤 9시 서울 중구 저동 3공원. 경찰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이렇게 말한 뒤 갑자기 사라졌다. 2분 뒤 다시 나타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또 사라졌다. 헛것을 본 걸까. 아니다.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진 건 '3차원(3D) 경찰관 홀로그램(이하 홀로그램 경찰관)'이었다.

이 공원에 홀로그램 경찰관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10월. 서울 중부경찰서는 '중부 안전한 공원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중구 저동 3공원에 홀로그램 경찰관을 설치했다. 프로젝터를 이용해 실제 사람 크기의 투명한 아크릴판에 영상을 투영했다. 홀로그램 제작 전문업체가 만들고, 중구청 공원녹지과ㆍ디지털정책과와 협업했다.

홀로그램 경찰관은 해가 저문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2분 간격으로 매일 자동 송출된다. 홀로그램 경찰관이 나타나면 인근에 CCTV가 있다는 음성 멘트도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런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서울 중부경찰서입니다. 이 지역은 지능형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폭력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이 대응할 수 있도록 작동 중입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중구청과 함께 더욱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부경찰서가 홀로그램 경찰관을 도입한 이유는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설치 장소인 저동 3공원은 을지로 먹자골목과 인접해 있어, 밤이 되면 술에 취한 사람들의 이동이 잦고, 우발적인 폭력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그곳을 순찰하는 경찰관이 있긴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모든 구역을 동시에 살피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홀로그램 경찰관은 한마디로 순찰 활동에서의 치안 공백을 메우고, 주취폭력과 음주소란 등 범죄 발생이 집중되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홀로그램 경찰관을 기획한 중부경찰서 김현돈 경사의 말을 들어보자. "홀로그램 경찰관이 설치된 공원은 주변에 유흥주점이 밀집해 있어서 치안수요가 집중되던 곳이었습니다. 밤에 공원을 지날 때 불안해하는 시민들이 많았고, 술에 취한 사람을 마주치면 일부러 돌아가는 경우도 숱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홀로그램 경찰관이라는 모험적인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 시민들에게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범죄자에게는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홀로그램 경찰관의 효과는 어떨까. 기대 이상이다.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홀로그램 경찰관을 도입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저동 3공원에서의 범죄 발생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줄었다. 특히 두드러진 효과를 보인 건 주취 소란이나 음주 시비 같은 우발적인 범죄였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순간적인 감정 폭발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전 예방이 어려운 유형으로 꼽히지만, 홀로그램 경찰관이 이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가상 경찰관'이 단순한 영상 장비가 아니라는 걸 입증한 셈이다.

문제는 홀로그램 경찰관의 역할이 지속가능하느냐다. 처음엔 사람도 속일 만큼 정교한 홀로그램이 낯설어서 경각심이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허수아비 경찰'이란 민낯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저동 3공원에서 만난 시민 이혜선(30)씨는 "초기에 나타난 범죄 예방 효과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 같진 않다"며 "범죄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경찰이 자주 순찰하거나, 지역 분위기를 바꾸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문제점도 있다. 전자기기가 고온이나 저온에 민감하다 보니, 폭염이나 한파 때 홀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송출되지 않는 등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외부에 소음이 발생했을 때 안내 음성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에 따라 중부경찰서도 홀로그램 경찰관의 단점과 한계를 메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현돈 경사는 "홀로그램 기술은 원래 실내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처럼 야외에 설치한 것은 처음 있는 시도"라며 "외부 온도 등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작업체와 협력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설치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해가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홀로그램 경찰관 프로젝트의 또 다른 기획자인 김수향 중부경찰서 경사는 "보완점을 찾기 위해 매일 저동3공원을 방문해 홀로그램 경찰관의 상태를 확인한다"며 "실제로 최근에는 안내음이 잘 안 들린다는 지적에 따라 안내음을 키울 수 있는 스피커를 설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홀로그램 경찰관은 범죄 억제란 관점에서 창의적인 실험이다. 이런 실험적 정책이 보편화하려면 또다른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 홀로그램 경찰관은 장기적으로도 '진짜 안전'을 만드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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