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면 2장 사라’…美 사우스웨스트항공 ‘비만 승객’ 정책 변경에 갑론을박

유진우 기자 2025. 8. 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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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승객 추가 좌석 구매 의무화

미국 저비용항공사(LCC)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체격이 큰 ‘플러스 사이즈’ 승객에게 추가 좌석 구매를 의무화하는 새 정책을 발표했다. 항공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만 승객과 인권 단체들은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5일(현지시각) USA투데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내년 1월 27일부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체격이 큰 고객(Customer of Size·COS)’ 관련 정책을 대폭 변경한다. 앞으로 좌석 양쪽 팔걸이를 모두 내린 상태로 15.5인치(약 39cm)에서 17.8인치(약 45cm) 사이 좌석에 신체가 전부 들어가지 않는 승객은 사전에 인접 좌석 항공권을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항공사는 ‘자사가 보유한 보잉 737 기종 좌석 너비가 경계’라고 기준을 명확히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터빌에 위치한 빅터빌 공항에 주차된 여러 ​​대의 사우스웨스트 항공 보잉 737 MAX 8 항공기. /연합뉴스

그동안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비만 승객에게 공항 카운터에서 빈 좌석을 무료로 제공했다. 승객이 추가 좌석을 샀더라도, 해당 항공편이 만석이 아니면 구매한 좌석을 쉽게 환불받을 수 있었다.

새 정책은 환불 조건을 훨씬 까다롭게 수정했다. 추가 구매한 좌석을 환불 받으려면 ▲항공편에 빈 좌석이 최소 1개 이상 남은 채 출발하고 ▲구매한 두 좌석 운임 등급이 동일해야 하며 ▲여행 90일 안에 환불을 신청해야 한다는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주요 도시를 잇는 핵심 항공편이 만석에 가깝게 운항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활한 환불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고 주요 매체들은 전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 정책과 동시에 상징과도 같던 ‘오픈 좌석제(선착순 자유석)’를 폐지하고, 지정 좌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항공기 이코노미석에서 체격이 큰 승객이 인접 좌석 공간까지 차지해 앉아 있는 모습. /픽사베이 제공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971년 비행기 3대로 시작했다. 이후 현재 총 799대 항공기를 운용하는 미국 대표 항공사로 성장했다. 국제선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약해 국내에 덜 알려졌지만, 미국 국내선 시장에서는 JD파워 조사에서 4년 연속 이코노미클래스 부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성공 비결은 경쟁사와는 다른 파격적인 탑승객 친화 정책이었다. 항공사 직원이 휴가 가는 승객 반려견을 2주간 돌봐주거나, 노인 승객 환승을 위해 다음 목적지까지 동행했다는 일화는 이 항공사만의 차별점을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다.

하지만 만성적인 수익성 악화에 사우스웨스트항공마저 손을 들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올해 상반기 6% 매출 손실을 겪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연간 기준 순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경영난이 심해지자 밥 조던 사우스웨스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몇 달간 지정 좌석제 도입, 무료 위탁 수하물 유료화 검토 등 다른 대형 항공사들과 유사한 수익 모델을 빠르게 도입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최근 항공사의 움직임은 많은 여행객에게 사우스웨스트가 다른 주요 항공사처럼 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항공기 인테리어 엑스포에서 ST 에어로스페이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비행기 좌석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등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는 비만 승객에게 추가 좌석 구매를 요구한다. 2009년부터 비슷한 정책을 엄격하게 시행했다. 이들 항공사는 안전과 다른 승객 편의를 이유로 ▲안전벨트(연장 벨트 포함) 착용 불가 ▲양 팔걸이를 내린 상태로 옆좌석 1인치 이상 침범할 시 추가 좌석 구매를 강제한다. 이후 기내에 빈 자리가 있어도 이미 산 좌석에 대한 환불은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에 따르면 승객 관련 정책은 개별 항공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비만 승객이나 신체 크기에 대한 구체적인 항공 표준은 없다. 대한항공,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퍼시픽항공 등 아시아 항공사들은 대체로 개인 편의를 위해 추가 좌석 구매를 권장한다. 일본항공 정도가 안전을 이유로 구매를 강제한다.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비만을 장애로 인정해 의학적 증빙이 있을 경우 무료 추가 좌석을 요구할 수 있다. 에어프랑스는 추가 좌석을 정가보다 25% 저렴하게 판다.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사우스웨스트 항공 체크인 구역에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내 비만 승객과 관련 단체들은 이번 정책 변경에 즉각 반발했다. 비만 수용을 위한 전국 협회(NAAFA) 타이그레스 오스본 대표는 “이번 변화는 플러스 사이즈 승객들에게 치명적”이라고 했다. 비만 승객 전문 여행사 ‘플러스 사이즈 패스포트’ 대표 케이시 비븐스는 시애틀타임즈 인터뷰에 “소비자 예산에 300~400달러(약 40만~55만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여행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일반 승객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역차별을 당해왔다며 새 정책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폭스비즈니스는 “14시간 태평양 횡단 비행 내내 덩치 큰 승객 옆에 끼어 가본 사람으로서 모든 항공사가 추가 좌석을 요구하는 데 찬성한다”는 독자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내 돈 내고 산 좌석 절반을 침해당하는 것은 명백히 불공평하다”며 “크기 초과 수하물에 추가 요금을 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했다.

2024년 7월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델타 항공 카운터에 줄을 선 승객들. /연합뉴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정책 변경을 두고 “미국 사회에 만연한 비만 문제와 기업 수익성 추구가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이라고 평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성인 비만율은 41.9%에 달한다. 그러나 항공기 좌석 공간은 1978년 미국 항공산업 규제 완화법(Airline Deregulation Act)을 계기로 수십 년 동안 확연히 좁아지고 짧아졌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항공사들은 한정된 항공기 공간에 최대한 많은 좌석을 넣는 전략을 택했다.

LA타임즈에 따르면 2011년 평균 35인치(89cm)였던 다리 공간(피치)은 2020년대 들어 31인치(79cm) 수준으로 줄었다. 좌석 너비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18인치(46cm) 이상이 일반적이었던 이코노미클래스 좌석은 현재 평균 17인치(43cm) 수준으로 감소했다. 갈수록 좁아지는 항공기 좌석과 늘어나는 평균 체격 사이 모순이 결국 ‘좌석 전쟁’으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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