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공농성 600일 임박 한국옵티칼, 금요일 농성해제 논의…김영훈·정청래 구미 간다

송주용 2025. 8. 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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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무상임대·세제 혜택 일본계 회사
공장 불타자 니토옵티칼로 생산 이전
고용승계 없이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해고 노동자 '최장기 고공농성' 진행
정부·국회 중재 따라 농성 해제 논의
지난 4월 10일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에서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가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 뒤로 불탄 공장이 보인다. 구미=홍인기 기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박정혜(41)씨의 고공농성이 596일째를 맞은 가운데 노조가 정부와 대통령실, 국회와 농성 해제를 논의 중이다. 비합리적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고 외국인투자기업 '알맹이 빼먹기' 방지 대책이 약속된다면 땅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것.


김영훈 장관, 정청래 대표 고공농성장 찾는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계는 정부와 대통령실, 국회와 농성 해제를 위한 전제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우선 2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북 구미시 소재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의 고공농성장을 방문한다. 노동계는 이 자리에서 정 대표가 한국옵티칼 고용승계 청문회 개최 의사를 명확히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농성장을 찾는다. 노동계는 고용승계 교섭테이블 주선을 위한 정부의 의지 표명을 기대하고 있다. 김 장관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백방으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가 어떤 답을 내놓는지에 따라 이르면 금요일(29일) 박씨의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은 600일을 넘기기 전 종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옵티칼 정리해고 문제는 전형적인 외투기업의 '알맹이 빼먹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옵티칼은 일본 기업 니토덴코의 한국 자회사다. 2003년 자본금 200억 원으로 한국에 들어와 구미 국가산업단지 부지를 50년간 무상 임대받았고 각종 세제 혜택도 받았다. 회사는 액정표시장치(LCD)에 들어가는 편광 필름을 생산해 주로 LG디스플레이에 공급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한 LCD 완제품은 글로벌 기업 애플에 납품됐다. 구미 땅을 공짜로 빌려 기업을 운영한 회사는 2022년 매출액 약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전소되자 생산물량 전체를 니토덴코의 또 다른 한국 자회사 한국니토옵티칼로 이전한 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했다. 한국으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아 기업을 성장시키고 노동자 고용 의무는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씨와 소현숙 노동자는 정리해고에 반발, 지난해 1월 8일 공장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소씨는 건강이 크게 악화돼 고공농성 476일째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후 박씨 홀로 불탄 공장 옥상에 남아 농성을 이어갔다. 현재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는 노동자는 총 7명. 한국옵티칼 생산물량을 가져간 한국니토옵티칼은 이들의 고용승계는 거부하면서 신입사원은 150명 이상 신규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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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빼먹기' 청문회 개최, 교섭테이블 주선 요구

지난 4월 10일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 마련된 고공농성장에서 박정혜(왼쪽), 소현숙 노동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구미=홍인기 기자

정부에 대한 노조의 구체적 요구사항은 사측과 교섭테이블 마련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한국니토옵티칼이 불타버린 한국옵티칼의 생산물량을 모두 가져갔고 이배원 한국니토옵티칼 대표가 일본 니토덴코의 한국 거점 담당 임원인 만큼, 문제 해결의 시작점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교섭테이블 마련을 위한 정부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리해고의 부적절성을 국회 차원에서 따져보기 위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 청문회'의 조속한 개최도 촉구했다. 박씨는 지난 5월 청문회 개최를 위한 국민동의 청원을 올렸고, 6월 16일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자동회부됐다. 하지만 국회 환노위에선 청문회 관련 논의가 뚜렷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국회에 '외투기업 알맹이 빼먹기' 방지 입법을 요구한다. 한국옵티칼 사례처럼 무상으로 땅을 빌리고 각종 세제 혜택까지 받아 성장한 외투기업이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외면하는 일을 막아달라는 것.

실제 구미산단 땅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한국옵티칼은 자본금 200억 원에서 매출액 4,000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화재 이후 한국옵티칼 생산물량을 넘겨받은 한국니토옵티칼의 영업이익은 2022년 378억 원에서 2023년 440억 원, 2024년 566억 원, 2025년 754억 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화재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요구는 외면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 세 번째)이 지난달 26일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방문해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박정혜 노동자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앞서 김 장관은 취임 나흘째인 지난달 26일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을 방문, 윤석열 정부가 방치했던 한국옵티칼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박씨는 김 장관에게 "충분히 고용승계가 가능한데 (회사가) 외면하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김 장관은 "동료들과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할 일을 찾겠다" "사람 위에 법이 있을 수 있겠나. 잘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금속노조와 대화에서도 "지난 정부에서 노사법치란 이름으로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았다"며 "노사법치가 아닌 노사자치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교섭을 주선하고 문제 해결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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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동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국회의 청문회 개최, 정부의 교섭테이블 주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농성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이 600일이 되기 전 멈춰설 수 있을지는 김 장관과 정 대표의 구미 방문에서 나올 메시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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