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부터 항공까지…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닻 올랐다
韓 기업들, 209조원 대미 투자 계획…“글로벌 시장 함께 견인”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모인 한·미 주요 경제계 인사들이 '제조업 르네상스'의 서막을 열었다. 양국의 협력을 원동력으로 삼아 한·미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기로 하고, 다양한 분야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단기간에 수치화된 금액과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한·미 간 협력 방안이 가시화되면서, 양국의 동맹과 '빅딜'이 현실적인 경제적 효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조업 동맹 본격화…李, 경제적 교류 중요성 강조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광물 등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과 MOU가 체결됐다고 밝혔다.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열린 양국 경제 협력 행사로, 각국의 대표 경제인과 정부 인사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 측 경제인으로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 16명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루벤스타일 칼라일그룹 공동회장을 비롯해 구글, 보잉, 오픈AI 등 기업 고위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류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하며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1500억 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 계획과 양국 기업의 협력 강화는 원대한 한·미 산업 협력 구상을 실행하는 로드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미국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인 조선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반도체·AI·바이오 등 첨단 산업, 조선·원전·방산 등 전략 산업, 모빌리티·배터리·핵심소재 등 공급망 분야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핵심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과 '제조 역량'을 가진 한국의 협력이 양국의 안보를 넘어 국제 사회 질서 안정에도 직결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경제인들이 관세협상부터 정상회담까지 함께 움직이면서 외교적 돌파구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라운드 테이블에서 "조선·반도체·자동차·배터리·바이오·의약품·원전 등 제조 산업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야말로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달성하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동맹의 바탕은 신뢰이고, 신뢰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경제적 교류다. 기업인 여러분들이야말로 72년 한미동맹의 역사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 직후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계약 및 MOU 체결식이 진행됐다. 조선과 원자력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펀드 조성·투자·기술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MOU가 6건 체결됐다. 항공·LNG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계약 및 MOU 4건, 공급망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핵심 희소금속 대미 수출을 위한 MOU가 체결됐다.

항공기 103대·LNG 年 330만 톤…핵심광물 MOU도
관세협상 타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조선 분야에서 MOU가 체결되면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도 시동이 걸렸다. HD현대·한국산업은행과 서버러스 캐피탈은 미국 조선업, 해양 물류 인프라, 첨단 해양 기술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역량을 재건·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과 비거마린그룹은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조선소 현대화와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MOU를 맺었다.
산업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업 및 해양 역량 강화와 미국 군함의 유지·보수·정비 사업 등에 적극 참여하게 됨으로써 한·미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조선 분야 협력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가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건설·운영·공급망 구축·투자와 시장확대 협력에 관한 4자간 MOU를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사업자인 페르미 아메리카는 미국 텍사스 주에 추진 중인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기자재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MOU를 협약했다.
한수원과 삼성물산도 페르미 아메리카와 AI 캠퍼스 프로젝트 건설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외에도 한수원은 미국 우라늄 농축 공급사인 센트러스와 함께 한수원이 센트러스의 우라늄 농축설비 구축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산업부는 향후 미국 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부응해 진행되는 현지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더욱 활발하게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 분야에서는 대한항공이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362억 달러 규모)를 신규 도입하고 GE에어로스페이스와 엔진 구매·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총 137억 달러 규모)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이 발표한 보잉사 항공기 50대 및 GE에어로스페이스 엔진 구매 건과는 별도의 추가 계약이자, 대한항공 창립 이래 최대 규모 단일 계약이다.
한국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트라피구라 등과 오는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LNG를 주요 기반으로 연간 약 330만 톤 규모의 LNG를 추가로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핵심 희소금속 분야 한·미 협력의 첫 성공 사례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한·미 간 제조업 협력이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제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양국 기업에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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