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도 없는데”… 탑골공원 장기판 없애야만 했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은 '노인들의 성지(聖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공원 인근 노인복지센터에서 장기와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공원 개선사업과 관련해 3·1운동기념관 안에 어르신 복지시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보라매공원에는 장기 두는 노인들을 위한 전용시설이 만들어지고 있어, 탑골공원과 대비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로구 ‘질서’ 명분으로 철거
놀거리 잃은 노인들 공원 배회
“나이 많다고 내쫓겼다” 분통
165㎡ 장기전용시설 조성할
동작구 보라매공원과 온도차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은 ‘노인들의 성지(聖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공원 북문 담벼락을 따라 놓여있던 장기판 20여 개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 장기판과 인근은 항상 노인들로 북적였던 곳이다. 대신 공원 곳곳에는 ‘공원 내 관람 분위기를 저해하는 바둑·장기 등 오락행위, 흡연, 음주가무, 상거래 행위 등은 모두 금지됩니다’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놀거리를 잃은 노인들은 정자나 벤치 등에 우두커니 앉아 부채질로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10년간 탑골공원을 이용해 온 정모(76) 씨는 “장기가 공원 내 관람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것에 공감할 수 없다”며 “친구들과 소소하게 장기 두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마저 치우니 이제 마땅히 갈 곳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자에서 만난 이모(79) 씨도 “나이 먹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보기 싫으니 내쫓은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노인들의 비판은 수십 년간 이어온 장기판을 철거한 종로경찰서와 종로구청을 향하고 있었다.
구청과 경찰서도 할 말은 있다. 서울 최초의 근대적 공원인 탑골공원 전체가 국가유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역사적 보존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공원 인근 노인복지센터에서 장기와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공원 개선사업과 관련해 3·1운동기념관 안에 어르신 복지시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히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장소이기 때문에 노인들이 장기와 바둑을 두는 모습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며 “노인들의 경우 취미와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해야 우울감도 낮출 수 있는데, 환경 정비 목적으로 장기판을 치운 건 과도한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동작구 보라매공원에는 장기 두는 노인들을 위한 전용시설이 만들어지고 있어, 탑골공원과 대비된다. 서울시는 보라매공원 내 정자에서 장기를 두는 노인 수십여 명을 위해 약 5억 원을 들여 165㎡(약 50평) 규모의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장기를 두는 노인들로 구성된 친목모임인 ‘장기원’에서 수년간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결과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 두는 어르신들이 조금 더 편안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상원 보라매공원 장기원 총무는 “그간 어르신들이 야외에서 폭염에 노출돼 고생을 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워싱턴행 기내서 ‘쌀·소고기 개방없다’ 못박은 李… 트럼프 압박에 초강수
- [속보]외도 의심 남편 성기 ‘싹둑’…딸도 가담
- [속보]인천 석모대교 차 세우고 사라진 20대…교량 추락 가능성
- 블레어하우스 대신 호텔 숙박…2박 3일 ‘공식 실무 방문’
- 호텔서 애인과 잠자리 사망 유부남…유족 “1억 내놔”
- “제가 써도 되나” 트럼프, 관심에 李 대통령 “영광” 펜 즉석 선물
- [단독]안규백 “합참의장 등 군지휘부 빠른 시일에 교체”…강신철 연합사부사령관 의장 유력·
- [속보]정청래 “李,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는 명언…참 똑똑해”
- 해체 직전 검찰청… 장기미제 3배 늘고, 총장 인선은 기약없이 지연
- 이재명과 악수하는 트럼프 오른쪽 손등의 큰 멍…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