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B-2 폭격기’ 언급에 李대통령 “국방비 증액할 것” [한미정상회담 군사·안보]

문혜현 2025. 8. 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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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은 미국 군사 장비 구매국”
트럼프, 한미 첨단방산 협력 확대 의지
“한반도 평화 정착·비핵화 긴밀히 협력”
“북한 도발 강력 대응…대화 노력 병행”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정상회담 후 펼친 이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일본과 협력을 강화해 북핵 문제에 대한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분명히 하는 한편 대화 노력도 이어가겠다면서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앞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우선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직전에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온 ‘미국산 무기 구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미군이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시설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한국은 미국의 군사 장비 주요 구매국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정책 연설에서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 공약과 한미 연합 방위 태세는 철통같이 유지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 현대화를 위한 조치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늘(2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자는데 뜻을 함께 모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늘어난 국방비는 우리 군을 21세기 미래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스마트 강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첨단 과학기술과 자산을 도입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방역량 강화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한미 간 첨단 방산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안보환경과 위협에 철저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의 능력과 태세는 더욱더 확대되고 강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마주 앉아 “논의할 무역 관련 사안이 많다”면서 대뜸 지난 6월 이란 핵 시설을 타격했던 B-2 폭격기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최고의 군사 장비를 만들고 있다”면서 “B-2 폭격기는 최근 있었던 짧은 작전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B-2 폭격기의 성능은 정말 놀라웠다”고 거듭 칭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군사 장비의 큰 구매국”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초반부터 사실상 ‘안보 청구서’를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는 미국산 무기 구매가 포함돼 있었고, 우리 정부도 한미 동맹의 현대화를 위해 국방비 증액을 검토 중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구매를 직접 언급한 직후, 이 대통령이 정책 연설에서 국방비 증액을 공식화한 것은 트럼프의 빠른 결정과 추진력을 고려해 그를 만족시키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은 우리 정부 입장과 관련해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화는 한미 간 연합방위태세가 더욱 강화되고, 우리 안보가 더욱 튼튼해지는 방향으로의 현대화”라며 “이런 콘셉트에 따르면 (국방비가) 지금보다 늘어나는 건 맞다. 한미 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어떤 수치가 나올 지는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도 언급하며 한미 간 국방비 증액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예상되는 수치와 관련해 위 실장은 “대체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하나의 전례가 되고 있어 이를 참고하며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지난 6월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방비 지출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 2%에서 GDP 5%로 증액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를 토대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또한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 약속을 성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한미동맹과 달리, 한반도에는 아직 해결되지 못 한 ‘시대의 잔재’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핵 문제”라며 “한반도와 전 세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한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는 철저히 준수되어야 하고, 그것이 남북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한국은 NPT 체제를 준수하며 비핵화 공약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한반도 비핵화 3단계’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한일 정상회담 전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동결·축소·비핵화’라는 구상에 대해 한·미 간 공감대가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께서 미국 정치에서 잠깐 물러서 있는 그 사이에북한의 미사일도 많이 개발됐고 핵 폭탄도 많이 늘어났고 진척된 것도 없이 한반도 상황은 정말로 많이 나빠졌다”면서 핵 위협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내가 만약에 그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었을 것”이라며 동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거듭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은 남북관계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시행했던 남북 간 긴장 완화 조치를 언급하고 “화해와 협력의 남북 관계야말로 한국과 북한 모두에, 그리고 나아가 한국과 미국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 확신한다”면서 “한반도에 비핵·평화와 공존의 길이 열릴 때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한국 내 약 20만 명의 미국인들과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더욱 안전해지고, 양국 국민의 일상도 더욱 번영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DC=서영상 기자,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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