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낚인 나경원·주진우…“정치보복” “내란몰이” 다 설레발이었다

심우삼 기자 2025. 8. 26. 10: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마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월3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의전 홀대를 받았다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당에 대한 정치 보복을 우려했다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으나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2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혹은 혁명 같다. 우리는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없고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당 글이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 ‘내란몰이’, ‘특검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등을 우려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보여준 독재적 국정운영, 내란몰이, 사법 시스템의 파괴,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 언론에 대한 전방위적 장악이 결국 미국의 눈에 '숙청'과 '혁명'처럼 비치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김문수 당대표 후보도 입장문에서 ‘피의 정치보복’, ‘입법 폭주와 사법 유린’ 등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고,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의 반미·친중·독재 행보가 자초한 일”이라고 했다. 주 의원은 그러면서 “구치소 시시티브이(CCTV) 공개를 강압하고, 병원에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공산 혁명’에서나 볼 법한 반인권 행위로 인식됐을 것”이라는 해석까지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뒤이어 열린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 해당 글의 취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한국 내 교회와 군부대 수색에 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임명한 특별검사가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군 기지를 수색하거나 압수수색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괜찮다. 분명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교회 수색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눌 것”, “잘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는데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 처우나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을 우려한 것이라는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앞서 기선을 잡기 위해 올린 에스엔에스 글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섣불리 정쟁의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 권성동·임종득 의원 등 국민의힘 여러 의원들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다.

여당에서는 ‘역대급 설레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젯밤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엔에스 글을 올리자마자 대다수 국민들, 윤석열 내란을 막아낸 국민들이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용 기선잡기라는 걸 알고 계셨고, 이재명 대통령도 우리 국민과 같은 생각이었다고 조금 전 시에스아이에스(CSIS) 연설서 얘기했다”며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해프닝에 설레발을 치며 또다시 내란 디엔에이(DNA)를 드러내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박 부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씨는 특검 수사와 무관하고 내란 극복에 힘쓰는 이 대통령을 향해 ‘피의 정치 보복을 중단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정을 멈추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며 “12·3 내란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던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할 나경원·주진우 의원도 각각 ‘야당에 대한 정치 보복이 미국에게 숙청처럼 보인다’, ‘특검이 야권 인사들만 수사하는 것은 인민재판’이라며 특검 수사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했다”며 “미국의 협상용 해프닝이 마치 신탁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대한민국에 저주와 악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모욕을 일삼는 이들의 행태를 도저히 볼 수도 없고, 너무도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한편, 나 의원은 이 대통령이 블레어 하우스(영빈관)에 묵지 않고 호텔에 묵는다는 점을 들어 의전 홀대를 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나 의원은 25일 페이스북 글에서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 묵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을 방문한 전직 대통령들을 블레어 하우스에 묵도록 예우한 전례와 대비된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하우스는 미국 국무부가 관리하는 대통령 영빈관으로, 미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의 숙박 장소로 쓰인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26일 한겨레에 이메일로 대변인 명의 성명을 보내 “블레어 하우스는 매년 진행되는 정기적인 보수 및 수리를 위해 8월 한 달 동안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려왔다. 우리 외교부 역시 동일한 설명을 내놓고 의전 홀대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