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환 감독 "신승호, 용기를 내게 한 힘" [인터뷰]

2025. 8. 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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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환 감독의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연출기
백승환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을 연출한 백승환 감독은 이번 작품의 출발을 “우연에서 시작된 인연”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원작자인 고준석 작가를 알게 된 후, 추진하던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친분이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 작가가 직접 쓴 시나리오를 보여줬고, 강력한 콘셉트와 한 신부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이후 김성진 작가가 중간 각색을 맡았고, 이를 다시 시네마적인 방향으로 손보며 영화화가 본격화됐다.

“연출을 하려고 픽업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각색이 잘 돼 있었고, 적절한 예산 안에서 밀어붙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배우들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어요. 좋은 캐스팅만 된다면 가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승호, 다정한 테토남 스타일”

신승호 캐스팅에는 감독의 확신이 있었다. 백 감독은 몇 해 전 예능 ‘씨름의 희열’을 보다가 그를 발견했다. ‘더블패티’ 주인공으로 꽃미남이면서도 씨름선수다운 피지컬을 지닌 배우를 찾고 싶던 때였다. 리스트업 과정에서 신승호의 셀프 인터뷰 영상을 접했고 좋은 목소리와 딕션, 그리고 위트에 매료됐다.

그는 “첫 영화에 첫 주연이라는 과감한 도전이었지만 리더십과 예의, 균형감각을 모두 갖춘 배우였다. 젠틀하고 카인드한, 테토남 같은 면모가 있었다”고 평했다.

배우와 감독의 호흡도 자연스러웠다. “아 하면 어 하는 식으로 서로 통하는 화법이 있었습니다. 신인 배우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의견으로 내놓을 줄 알았고, 디렉션과 다른 생각이 있을 때도 정중하게 제시하더군요. 개그 본능까지 잘 맞았어요.”

백승환 감독이 배우들에 대해 칭찬했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박명훈이 없었다면 균형이 무너졌을 것”

극의 텐션을 끌어올린 심광운 캐릭터는 박명훈을 1순위로 점찍었다. 백 감독은 “눈이 동그랗게 희번득거릴 때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좋았다”며 “(광운 캐릭터를) 강렬하고 세게 갔으면 좋겠다”는 배우의 의지와 자신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누군가는 ‘많이 간 것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승호 배우가 워낙 피지컬이 크고 강력하다 보니 광운이 힘을 주지 않으면 균형이 무너졌을 겁니다. 그 점에서 박명훈 배우의 기여가 컸습니다.”

비전공자로서의 독특한 시선도 연출에 반영됐다. “저는 영화 전공을 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배워온 것이 다릅니다. 그게 허점일 수 있지만, 제겐 영감의 통로가 되는 듯해요. 지금도 아침에 종이신문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더블패티’도 꽃미남 씨름선수들에 대한 기사를 보고 시작했죠.”

그는 유럽 영화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도 했다. “유럽 영화의 다큐멘터리 같은 디테일, 고레에다 감독의 프로파일링 방식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류 감수성에서는 ‘이상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해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들이 추앙받는 것도 그렇고 저는 오히려 이상한 영화를 봐야 자양분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실존 인물 취재 없이는 가짜”

백 감독은 캐릭터 연구에 있어 “실존 인물 취재 없이는 가짜”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신부 캐릭터를 위해 실제 신부들과 교류했고, 조용준 신부에게 시나리오부터 감수를 받았다. “신부님들을 많이 뵀는데, 술 좋아하는 분도 있고 흡연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 부분까지 캐릭터에 반영했어요.”

무당 역을 잘 그려내기 위해 일부러 점도 보러 갔단다. 음한 기운에 색조화장을 하는 남자도 있었고, 광운은 거기서 영감을 얻어 창조한 캐릭터다. “저한테 귀문살이 있다고 점 보러 다니지 말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에피소드는 프리 프로덕션 기간 중에 연출부랑 점을 보러 다녔는데, 저를 포함해서 교통사고가 여러 번 났어요. 우리끼리 액땜인가 얘기도 했죠.”

전소민이 연기한 백수연 캐릭터 역시 프로파일링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축했다. “어디서 태어나고 어떤 삶을 거쳐왔는지, 종교를 만나기 전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를 세세하게 설정했습니다. 백수연의 신이 부족하단 느낌이 들어 소민 배우에게 아침에 전화해서 두 신을 추가해야 할 거 같다고 한 적이 있어요. 붉은 색 루즈를 바르는 장면과 담배를 들고 있는 신이라고 하니 배우가 직접 담배를 태우겠다고 했고, 너무 멋지게 해줬죠. 배우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서 찍을 수 있었습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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