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선 日소설 인기… 게이고 신작 3주새 5만부 팔려
소재 한계없이 다작 펴내

‘언제적’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야 싶더니, ‘여전한’ 게이고 파워가 숫자로 증명됐다.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작가 게이고의 데뷔 40주년 신작 ‘가공범’ 얘기다. 국내에 출간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독자들의 호응이 여전하다. 게이고 책의 국내 누적 판매 부수만 수백만 권, 일본을 넘어 한국 독자들까지 게이고를 왜 이토록 오래 사랑하지에 대한 물음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시점이다.
26일 출판사 북다에 따르면 게이고의 신작 ‘가공범’이 출간 3주 만에 5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교보문고에서는 최근까지 4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알라딘에서도 출간 직후인 7월 3주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찍었다. 예스24에서도 같은 시기 3위를 기록한 뒤 8월 말인 현재도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40년간 꾸준히 활동하면서 ‘용의자X의 헌신(2006)’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스테디셀러 작가로 인식됐던 게이고가 다시 ‘핫한 작가’가 되는 순간이다. 출판업계에서는 “게이고는 신작이 판매랭킹에 오래 머무는 작가이긴 하지만 일부 대표작을 제외하면 최상위권, 즉 ‘톱’은 잘 찍지는 않는 작가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어서 이번 인기가 주목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수십 년이 지나도 건재한 게이고 파워는 어디서 올까. 교보문고, 예스24와 함께 주요 출판 유통사로 꼽히는 알라딘에서만 그간 판매된 게이고 책이 누적 71만 부에 달해 국내에서만 수백만 부의 책이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본국인 일본 내 판매 부수는 1억 부가 넘는다. 오랜 팬들은 ‘서랍(이야깃거리) 많은 작가’의 ‘다작(多作)’이 게이고 덕질의 동력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일본 작가 오리하라 이치(折原一)가 앞서 게이고를 ‘서랍이 많은 작가’라고 평했을 정도로 타임슬립 등 다양한 소재가 104권의 작품 속에서 발굴된다. 오사카(大阪)부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일한 독특한 경력은 작품 곳곳에 원전, 의료 등 이공계적 소재를 통해 묻어난다.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연애소설(‘연애의 행방’)·SF소설(‘패러독스 13’)·동화(‘소년과 녹나무’)까지 뻗어 나간다. 1년에 평균 2~3권씩 신작을 쏟아내는 탓에 심심치 않게 막내작가나 인공지능(AI) 대필설이 돌 정도다.
자타공인 ‘게이고 마니아’인 박인곤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100권을 넘게 쓰면서도 뻔하지 않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써 내려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게다가 군더더기 없이 빠른 진행에 간결한 문체까지 말 그대로 ‘술술 잘 읽히도록’ 써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7년부터 게이고 작품을 중심으로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다가 2023년부터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소위 ‘찐덕후’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게이고의 책에 대해 “오락적 재미를 완성도 있게 밀어붙이는 힘이 탁월하다”는 평을 내놨다. 출판계는 게이고의 이러한 특징이 마니아층의 읽기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끊임없이 신규 팬을 유입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신작에서 게이고는 새로운 형사 시리즈의 시작까지 예고했다. 이미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등장하는 ‘가가 시리즈’와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를 각각 10권 이상씩 출간한 그다. 북다의 이경주 편집자는 “신작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평범하고 성실한 형사 ‘고다이 쓰토무’를 내세우면서 그를 주인공으로 한 새 시리즈까지 예고했다”면서 “104권의 책을 펴내고도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작가’라는 평이 나올 만하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 당대 사회상을 잘 녹여낸다는 점도 현실에 맞닿은 작품을 선호하는 한국 독자에게 어필하는 요소다. 가공범에서도 2022년 일본에서 발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피살 사건 등의 현실 세계 사건이 등장한다. 게이고는 일본 내에서도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추리소설임에도 인간미를 추구한다는 점도 빼놓기 어렵다. “잔혹한 이야기만 내세우기보다는 인물의 인간적인 동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작가”(이 편집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애정을 작품 밑바탕에 두는 작가”(백 대표)라는 평도 나왔다.
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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