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경찰복 벗고 로펌 가는 ‘전경’

권혁범 기자 2025. 8. 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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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경찰서 출입을 '졸업'한 지도 15년이 더 지났으니, 인연이 있는 경찰관 중 상당수가 퇴직했습니다.

인사혁신처 자료를 보면 퇴직 경찰관 중 로펌행을 희망한 비율은 2020년 252명 중 10명(4.0%)에 그쳤지만 ▷2021년 195명 중 45명(23.1%) ▷2022년 109명 중 47명(43.1%) ▷2023년 122명 중 54명(44.3%)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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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거제동 ‘법조타운’ 전경. 국제신문 DB


사회부 경찰서 출입을 ‘졸업’한 지도 15년이 더 지났으니, 인연이 있는 경찰관 중 상당수가 퇴직했습니다. 이후 귀동냥한 그들의 진로는 다양합니다. 귀향해 농사를 짓거나, 식당을 열거나, 사회운동에 투신하거나, 탐정사무소 비슷한 걸 만들거나, 대학 강단에 서거나, 구청장·시장으로 변신하거나, 여의도에 입성하거나, 산이며 들이며 유랑하는 ‘자연인’으로 살거나, 그저 평범한 할아버지가 되거나….

전직의 전문성 또는 영향력을 살려 재취업한 사례도 많습니다. 한때 보험회사에서 교통사고·사망사건을 조사하거나, 택시회사 등에서 경찰을 상대로 사고 대응 역할을 한 퇴직 경찰관도 다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 몇 년 새 새로운 경향도 보입니다. 법률사무소(로펌)행입니다. 물론 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정식 법조인이 되기도 하지만, 고문 등의 직함으로 다소 ‘어두운 임무’에 투입되는 일이 더러 있습니다.

국제신문이 지난 8일 단독 보도한 사건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현직 변호사가 자신의 법무법인 출신이자 복직한 경찰관에게 뒷돈을 주며 형사 사건을 무더기 수임했다가 구속기소됐죠. 이 사건 관련 파문이 일파만파입니다.

지난달 25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법조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논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습니다. ‘(로펌이) 경찰 출신을 왜 뽑겠나. 변호사 추천하고 중간에 돈 먹는다. 소개비라 보면 된다. 애매한 사건은 퇴직 경찰 시켜 무마하고, 피해자는 피눈물 흘리게 한다’.

이 글은 로펌이 퇴직 경찰관 영입에 공들이는 배경을 짐작하게 합니다. 퇴직 경찰관의 로펌행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2020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경찰 수사 권한이 확대되자, 로펌마다 퇴직 경찰관을 공격적으로 영입해 형사 사건 전문성을 강화한 겁니다. 인사혁신처 자료를 보면 퇴직 경찰관 중 로펌행을 희망한 비율은 2020년 252명 중 10명(4.0%)에 그쳤지만 ▷2021년 195명 중 45명(23.1%) ▷2022년 109명 중 47명(43.1%) ▷2023년 122명 중 54명(44.3%)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엔 81명 중 27명(33.3%)으로 조금 줄었지만, 올해는 지난 7월 현재 70명 중 24명(34.3%)으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퇴직 경찰관의 ‘로펌 러시’는 이런저런 우려를 낳습니다. 사적 인맥 또는 전직 영향력을 악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사건을 따내거나,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개입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번 ‘부산 현직 변호사 구속기소’로 우려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로펌으로 간 퇴직 경찰관 다수는 ‘고문’ ‘전문위원’ 명함을 들고 다니며 사건 수임을 중재하거나, 사실상 외근 사무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변호사나 의뢰인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넘어 ‘법조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피의자의 부적절한 편의를 요구하거나, 경찰 수사 정보를 캐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퇴직 경찰관이 연루된 법조 비리는 매년 발생합니다. 지난해 7월엔 울산경찰청 총경 출신 로펌 전문위원이 구속기소됐습니다. 그는 경찰 피의자들에게 불구속 수사를 받게 해줄 것처럼 꾀어 소속 법무법인에 사건을 맡기도록 한 뒤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았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판검사 ‘전관예우’에 빗대 ‘전경(전직 경찰)예우’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전경예우로 불공정 수사, 수사 기밀 유출 등 부작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퇴직 경찰관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등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수사하는 경찰관이나, 기소하는 검사나, 재판하는 판사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형사 사건은 반드시 피해를 본 ‘상대’가 있습니다. 전경예우가 개입하는 순간, 사건 피해자는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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