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거래로 재판 가도 9%만 실형…미국은 장난치면 수백 년도

전유진 2025. 8. 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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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 규모 범죄에도 형량 최대 9~15년 불과
인력 보강·협력 강화·양형기준 상향 3박자 필요
입증 책임 원고에..."집단소송 지원 기관 설립해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2023년 5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50년 vs 25년"

나스닥 증권거래소 이사장까지 지낸 월가의 거물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자신의 이름을 딴 증권사를 차린 뒤 1970년대부터 30여 년 동안 3만여 명의 투자자를 상대로 금융 사기를 벌여 2009년 150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1년 교도소에서 옥사했다. 반면 소시에테제너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주범인 라덕연(43) 호안투자자문 대표는 2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시세조종으로 7,377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에 최대 수백 년 형까지 내리면서 척결 의지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주가조작 범죄는 처벌 수위가 낮아 범행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혐의 입증도 쉽지 않아 재판에 넘어가도 무죄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5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307건 중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비율은 28건으로, 9%에 불과했다. △2022년 20% △2021년 26% △2020년 36% △2019년 23% 등 최근 5개년 평균도 23%에 그쳤다. 자본시장법에선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 주가조작 외에 불법 리딩방, 법인의 공시 의무 미이행 등에 대해서도 규율하고 있다.

실형이 선고돼도 복역 기간이 길지 않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300억 원 이상 규모 증권범죄의 경우 7~11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한다. 가중 처벌 시에도 9~15년 수준이다.


20년간 승소·화해 6건뿐... "소송 지원해야"

그래픽=이지원 기자

특히 주가조작 범죄는 증거 인멸이 쉽고, 이로 인한 피해가 범죄 행위 이후 상당 기간 지나야 확인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 때문에 인력·인프라 보강을 통한 신속 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을 지낸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해야만 하는 사건 특성상 충분한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기관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빠른 수사가 필요한 사건에 한해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생략하고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패스트트랙을 활용 중이다. 적용 사건 범위를 넓히며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현행법상 검찰이 수사·처분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통보해야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절차를 간소화해 부당이득을 조속히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부고발을 독려하기 위한 포상금 규모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SG증권 사태' 이후 포상금 지급 한도를 2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상향했지만 지난해 기준 실제 집행된 포상금 규모는 평균 3,240만 원(6건, 총 1억9,440만 원)에 그친다. 반면 미국에선 2023년 5월 내부고발자 1명에게 2억7,900만 달러(약 3,860억 원)가 지급된 사례도 있다.

양형기준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각 범죄 형량을 더하는 '병과주의'를 택하지만 한국은 가장 중한 죄의 형량에 1.5배를 곱하는 '가중주의'를 택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34)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 송환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많은 피해자를 낳는 주가조작 범죄의 경우 법정형 자체를 높여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특정 혐의에 미국식 병과주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해자 회복을 위해선 '투자자보호센터'를 설립해 소송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2005년 도입됐으나 20년이 지난 올해 7월까지 제기된 집단 소송은 12건에 불과하다. 승소하거나 재판상 화해로 분배가 결정된 사건은 6건으로 더 적다. 입증 책임이 원고에게 있어 피해자들이 소송 비용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 과징금 등 출연금으로 기금을 조성해 분쟁조정과 집단소송을 지원해야 한다"며 "승소 시 비용을 배상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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