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보호소 나온 멈머, 성장캐 등극하다
인생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순간은 지루하고, 어쩌다 괴로운 일도 생기며, 아주 가끔 웃는 일이 생기기도 하죠. 그런데 또 신기한 점은 고난과 처절함을 겪은 후 삶이 조금은 변한다는 거예요. 힘든 시간을 버틴 존재에게만 내려지는 보상 같은 걸까요?
평생을 좁디좁은 보호소에서 살던 한 강아지가 드디어 가족을 만났습니다. 최소한의 보살핌만을 받고 7개월을 버틴 이 강아지는 보호소에서 살아남은 동시에 가족의 따듯한 품을 얻은 거죠. 네발을 땅에 딛는 것도 무서웠던 이 강아지, 과연 어떤 행복을 얻었을까요? 꽉 막힌 해피엔딩 서사를 쌓는 중인 반려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행복하지만 때때로 힘들기도 한 반려생활 이야기, 함께 확인해 보실까요?

lesson 1
킹의 마인드로
당당하게 살 것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호자님과 '사자'를 소개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1살(생후 13개월) 수컷 '사자'를 키우고 있는 개발자 부부 사자맘&사자아범입니다. 사자의 풀네임은 '왕사자'예요. 사자는 데려올 때부터 벌벌 떨면서 똥오줌을 지리는 아주 소심하고 겁 많은 강아지였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킹의 마인드'를 가지고 당당게 살라는 뜻으로 이름을 사자라고 지었어요!

Q. 집사의 내 새꾸 자랑을 빼놓을 수 없죠. 사자의 귀여움 자랑을 마음껏 해주세요!
⭐육아 난이도 최하!
얼굴만 봐도 순둥순둥 잘 짖지도 않고, 분리불안도 없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는 육아 난이도가 아주 낮은 강아지입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그냥 너무 귀엽습니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귀와 등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갈색의 그라데이션! 귀가 쫑긋쫑긋할 때마다 지구뿌셔!!
⭐쌀알은 작지만 터그놀이는 수준급!
이빨은 엄청 작고 하찮지만, 터그놀이는 또 엄청 좋아해요. 선천적으로 입을 다물고 있어도 밑에서 보면 윗니가 보이는데요. 그게 또 그렇게 귀엽고.. 웃깁니다...


lesson 2
어제보다 나은 오늘,
성장캐가 될 것
Q. 사자와는 어떻게 가족의 연을 맺으셨나요?
일생을 강아지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살다, 이제는 정말 데려올 여건이 되었다고 결심이 서도 책임감의 무게로 데려오지 못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포인핸드를 보다가진주시 보호소 인스타 계정을 들어가게 되었죠. 그때 사자의 사진을 보고, '이것이 첫눈에 반한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 그대로 홀려버렸습니다. 제가 보기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를 닮아 있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는데, 귀엽다고는 안 하는 거예요. 제 눈에는 너무 예뻤는데, 사람들 눈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사자는 보호소에 꽤 오래 있었기에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습니다. 얼굴에 눈물자국이 가득하고, 코에 털도 다 빠져있는 민둥코였죠. 그럼에도 당당 강쥐처럼 서 있는 게 너무 귀여웠어요. 고민 끝에 왕복 10시간의 거리인 진주까지 달려가 가족이 됐습니다!


Q. 입양 후 사자는 소심 강쥐에서 당당 강쥐로 거듭난 것 같더라고요! 입양 초기 사자가 적응하기 힘들어 했나요?
사자는 보호소에서 생후 2개월(추정) 때부터 7개월을 머물렀습니다. 거의 견생 전부를 보호소에서 지내서 그런지 겁이 너무 많았어요. 첫날도 저희를 보고 덜덜 떨었거든요. 그래도 옆에는 앉아있는 걸 보니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구나 생각했죠.
집에 가는 길 휴게소에서 안고 있을 때도 똥오줌을 지리고, 집에 와서는 식탁 밑에 숨어 밥 먹으러 나오지도 않더라고요. 밤이 돼서야 집안을 탐색했어요. 몰래 실눈 뜨고 봤는데, 그게 또 너무 귀여웠답니다.

데려온 며칠간 짖는 모습도 본 적이 없어 목소리조차 몰랐어요. 그러다 짖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생각보다 저음의 "월! 월!" 이어서 깜짝 놀란 기억도 있습니다. 산책도 한 번도 안 해서 발바닥이 말랑말랑한 핑크 젤리였고, 밖에 나가면 오들오들 떨면서 한걸음도 못 움직였어요. 차가 오면 집으로 냅다 도망가더라고요. 반려견 동반 카페를 처음 갔을 때도 꼬리가 잔뜩 말려서 도망 다니기 바빴지만, 차츰 적응돼 뛰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희망을 봤던 것 같아요!
현재는 엄빠를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데, 밖에 나가면 아직은 소심 강쥐랍니다. 요구성 짖음도 없고, 자기주장이 강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산책하다가 앉아버리기, 불러도 못 들은척 하기 등등을 봤을 때는 미래의 고집 강쥐로 발전 가능성 아주 큽니다.

Q. 사자가 즐거운 유치원 생활을 보내는 것 같아요! 유치원 간 사자는 어떻게 지내나요?
원래 사자아범은 풀재택을 했기에, 사자는 혼자 있을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회사 사정상 9월까지 풀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바람에, 결국 사자를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나 소심 강쥐 사자는 유치원 초기, 하루 종일 구석에서 자다가 놀라서 깨기를 반복했었습니다. 그러다 베프 '찐빵이'랑 '보니'가 생기고, 처음 등원하는 친구를 격하게 반겨주다 선생님께 제지를 당하는 댕댕이가 되어버렸어요..

초반엔 신나게 노느라 집에 와선 코 골면서 자더니, 요즘엔 적응이 되고 체력이 올랐는지 유치원 다녀온 날에도 체력이 남아돌아요. 유치원에서 잘 지내고 있지만 얼른 9월이 지나서 풀재택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Q. 우리 사자와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하는 인상적인 순간을 꼽는다면, 어떤 기억일까요?
사실 사자는 선천적 심장병이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하러 갔다가 수의사 선생님이 청진을 했을 때 심잡음이 들린다고 했었거든요. 바로 큰 병원을 예약해 검사와 진단을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심장과 심실 사이에 구멍이 있는 '심실중격결손(vsd)'이라고 하더라고요.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고, 치료가 쉽지 않으며, 흔치 않은 병이었습니다. 병원에 인생네컷 기계가 있어서 진료가 다 끝나고 착잡한 마음으로 인생네컷을 찍을 때가 생각이 나요. '이 작은 아이가 어쩌다가 이렇게 아플까.. 좋아하는 뛰뛰도 못하겠다.. 짠하면서도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줄 테니 건강하게만 자라달라'는 마음이었어요. 사진을 찍었는데 또 너무 귀엽고 예쁜 거예요. 얼굴을 보니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걱정과 사랑이 동시에 밀려왔던 감정의 롤러코스터 순간이었어요.

사자의 병을 알게 된 후 처음엔 (사자가) 갑자기 사라져 버릴까 봐 너무 두려웠어요. 지금은 당장 죽을병은 아니니 잘 케어하고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자가 모든 수명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잘 돌봐줘서 엄마, 아빠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lesson 3
함께 행복할 것
Q. 먼 훗날 반려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낸다면, 첫 문장은 어떤 문구로 하고 싶으신가요?
덕분에 내 세상이 넓어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Q. 만약 딱 한 번만 사자와 말이 통할 수 있다면, 어떤 걸 물어보고 싶으신가요?
우리 집에 와서 행복하니?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자에게 사랑 가득 담긴 편지를 써주세요.
이제 우리 집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 사자씨. 네가 태어나서, 또 나에게 와주어서 너무 고마워. 밖에서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생겨도 현관문을 열면 문 앞까지 나와 꼬리를 흔들고 있는 너를 보고, 걱정과 고민거리가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진단다.
사자야, 엄빠는 사자씨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데, 사자는 나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엄마와 아빠 곁에 남아주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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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hi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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