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번철에 구우면 기름기 송알송알 ‘가리쟁임’…양념갈비 맛 ‘일품’

관리자 2025. 8.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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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는 것은 기름기가 송알송알하여 맛이 더 있는 것 같으니라."

이 글은 1920~1930년대 서울에서 미식가로 이름을 날렸던 이용기(1870~1933)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에 나온다.

이용기가 밝힌 가리쟁임 요리법을 요사이 말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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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가리쟁임
조선간장에 배즙·다진마늘 넣어
갈비 양념해 잘 재운 상태 ‘쟁임’
고기내음 줄이고 맛 살린 요리법
일제강점기 서울 서민의 술안주
설렁탕 한그릇 값에 갈비가 3대
외국인도 ‘K-양념’ 맛에 반해
간장과 갖은양념을 발라 구워 먹는 갈비구이. 아이클릭아트

“굽는 것은 기름기가 송알송알하여 맛이 더 있는 것 같으니라.”

이 글은 1920~1930년대 서울에서 미식가로 이름을 날렸던 이용기(1870~1933)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에 나온다. 음식 이름은 ‘가리쟁임’이다. 여기에서 ‘가리’는 당시 서울 토박이말로 ‘갈비’다. ‘쟁임’은 갈비를 양념해 재워둔 상태를 가리킨다. 곧 가리쟁임은 지금 말로 양념갈비다. 이용기가 밝힌 가리쟁임 요리법을 요사이 말로 살펴보자.

“기름진 연한 갈비나 암소 갈비를 잘게 쪼갠다. 약 3㎝ 길이씩 잘라 물에 살짝 씻고 삼베 수건으로 싸서 꼭 짠다. 안팎에 붙은 고기를 발라가며 모두 도려낸다. 오래된 조선간장에 꿀, 배즙, 파 밑동과 마늘 다진 것을 넣고 깨소금과 후춧가루도 함께 푼 다음 도려낸 갈비에 고명 풀어놓은 것을 안팎으로 바른다. 짜지 않게 만들고 다시 켜켜로 깨소금과 기름을 쳐가며 재워놓는다. 피를 많이 빼면 보기에는 좋은 것 같으나 몸에 영양이 되는 것은 덜하다. 잘 재운 갈비를 석쇠에 굽지 말고 번철에 기름을 붓고 바싹 지져 먹는 것이 좋다.”

이 글에서 번철은 솥뚜껑을 엎어놓은 모양의 무쇠로 만든 옛 그릇이다. 지금은 프라이팬을 사용해도 된다. 번철이나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구우면 가리쟁임에 기름기가 송골송골 맺혀 먹을 때 식감이 일품이라는 말이다.

이용기는 가리쟁임 먹을 때 주의할 점도 적어놓았다. 그는 뜨거운 뼛조각을 손에 쥐고 먹는 모습을 두고 추하다며 좋지 않게 봤다. 이용기는 가능하면 젓가락으로 먹으라고 권했다. 또 그는 “갈비를 뼈만 빼내고 모두 벗겨 먹는 것이 좋다고 하나 이는 보기에만 좋을 뿐”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뼈에 붙은 힘줄은 맛도 없고 질겨서 위가 약한 사람은 소화불량이나 체증을 앓게 되기 쉬우므로 매우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용기의 이런 인식은 양반의 체통에서 나왔다. 당시 서울에선 갈비구이가 선술집의 술안주로 유행하면서 주당들이 예의 없이 뼈를 손으로 붙잡고 먹는 모습이 이용기 눈에는 상놈의 행위로 보였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서울의 양념갈비구이는 선술집에서 술안주로 먹었던 음식이다. 값도 보통 한대에 얼마, 이런 식이었다. 1930년 물가 자료에 의하면 국밥 한그릇이 15전인데 갈비 한대는 5전이었다. 갈비구이 한대 값이 설렁탕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옛 서울 풍속에 밝았던 조풍연(1914~1991)은 ‘서울잡학사전’에서 “1939년께 낙원동에 평양냉면집이 하나 생기더니 냉면과 아울러 ‘가리구이’를 팔면서 그것을 ‘갈비’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서울 사는 평안도 사람들이 즐겨 드나들기 시작하더니 차차 이름이 나, 자정 때쯤은 가장 바쁜 때가 됐다. 냉면 한그릇에 20전, ‘특제’ 냉면 한그릇에 30전, ‘갈비’가 한대 20전이었다”고 적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우와 한돈에는 고기 내음이 많이 났다. 고기 내음을 줄이는 데 가장 좋은 요리법이 바로 쟁임이다. 이 쟁임에 쓰이는 양념이 최근 몇년 사이에 ‘K(케이)-양념’으로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갈비구이나 불고기가 아닌 샌드위치에도 ‘쟁임’ 양념이 들어간다. 조상들의 오래된 지혜가 세계인의 입맛을 즐겁게 하는 중이다.

주영하 음식 인문학자·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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