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쏠림·전달체계 왜곡·보상 불합리…의료시스템 ‘삼중고’

김용훈 2025. 8. 2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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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 “필수의료·지역의료 붕괴 위험” 경고
“24시간 의료 길잡이·간병 국가동행제 도입 필요”
사직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수련병원별로 시작된 11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전공의 전용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의사 인력 불균형, 왜곡된 의료 전달체계, 불합리한 보상 구조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이런 구조적 위기를 방치할 경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6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공개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 연구’에서 현재 한국 의료가 단일 문제가 아닌 복합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력 불균형은 의료 위기의 핵심이다. 2024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충원율은 소아청소년과 26.2%, 흉부외과 38.1%에 불과했지만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은 100%를 기록했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진료과가 기피되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지역 격차도 심각하다. 수도권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인구 1000명당 1.86명인데 비수도권은 0.46명으로 4배 차이가 난다. 지방 환자가 서울 대형병원으로 몰려드는 ‘원정 진료’는 이미 일상화됐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경증 외래환자로 붐비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외래 급여비 점유율은 2019년 9.8%에서 2023년 14.6%로 급등했다. 한정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쓰이며 의료체계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상체계 역시 문제다. 현재의 행위별수가제는 수술 등 고위험·고강도의 필수의료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한다. 설문조사에서도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노력 대비 낮은 경제적 보상(31%)’을 꼽았다.

연구원은 의료위기 해법으로 국민 생활에 밀착한 개혁안을 제안했다.

먼저 밤중 아이 병원 문의처럼 응급 상황에서 적절한 의료기관을 안내하는 ‘24시간 의료 길잡이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NHS처럼 전화·앱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을 안내하는 내비게이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병 국가동행제’와 ‘의료비 안심보장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급성기 병원 간병을 국가가 책임지고,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어 퇴원 후 회복과 재활을 돕는 아급성기 의료, 재택의료, 원격의료를 확대해 ‘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한국 의료는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국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편과 제도 혁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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