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은 아니지 않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남긴 것

윤석열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뒤흔들었다. ‘반탄파(윤석열 탄핵 반대)’이자 당의 대선후보로 뛴 김문수 전 장관이 후보로 출마했는데도, 당대표 선거에서 이들의 선택은 장동혁 의원으로 기울었다.
7월31일 장동혁 의원은 고성국·성창경·강용석·전한길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발 빠르게 참석했다. ‘제1야당의 당권주자가 극우 유튜버들 앞에서 면접을 본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이후 장 의원은 “유튜버분들께서 후보를 초청해 생각과 의견을 듣는 자리이기 때문에 굳이 안 나갈 이유가 없고 오히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유튜버분들의 방송을 보는 분들이 오히려 우리 당을 흔들리지 않고 지지해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출연 여부를 검토 중이라던 김문수 전 장관은 8월7일에야 나갔다.
유튜버들이 김문수 전 장관이 아닌 장동혁 의원을 주로 선택한 이유는 ‘선명한 단일대오’다. 고성국씨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과 함께한 방송에서 “보수 우파를 통합하는, 쭉정이를 걸러내는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투쟁에 동참해서 살아남는 자들만 함께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당내 ‘찬탄파(윤석열 탄핵 찬성)’부터 걸러내야 한다는 취지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한동훈 전 대표를 거론하자 고씨는 “한동훈 이런 자하고는 전화통화를 하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전 장관이 한동훈 전 대표와 전화로 소통했다고 밝힌 일을 꼬집은 것이다.
전당대회 내내 김문수 전 장관은 ‘단결과 통합’을 강조했다. 탄핵 찬성과 반대를 막론하고 전 당원이 단결해 정부·여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8월17일 장동혁 의원은 2차 TV 토론회에서 이를 두고 김 전 장관을 공격했다.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정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해서 당원들이 뽑아주신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시켰다. 내부 총질을 하거나 우리 당론을 어기는 분들에 대해 계속해서 통합하고 끌고 가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동혁 의원의 언어는 더욱 격렬해졌다. 장 의원은 당초 유튜브 토론회에 출연한 것이 그들의 생각에 모두 공감한다는 뜻은 아니라며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8월13일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는 격앙된 태도로 청중석을 향해 삿대질하며 “누군가는 그렇게 욕을 했던 ‘윤어게인’, 그 겨울 국민의힘을 지키자고 했던 분들이다. 지금 여러분이 손가락질하는 전한길 선생, 그 겨울 우리 당을 지키자고 했던 사람이다. 이제 ‘나가라, 나가라’ 외치는 것 그게 부끄러운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8월8일 전한길씨는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에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를 향해 주변 당원들과 함께 “배신자”를 연호해 물의를 빚었다. 당이 전당대회장 출입을 금지하고 전씨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했으나, 당대표 후보의 입에서 그를 추켜세우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8월14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전씨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국민의힘 당규상 가장 약한 수위의 징계다(제명-탈당 권유-당원권 정지-경고 순).

“계엄으로 한 방 보여줬다”던 최고위원 후보
극우 유튜버들이 8·22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주목한 또 한 명의 인물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민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다. 그는 12·3 비상계엄 직후 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해 “(윤석열이) 계엄으로 한 방을 보여줬다”라면서 과천 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을 ‘과천상륙작전’이라고 표현한 일이 논란이 되어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8월8일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서는 윤석열이 구치소에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침묵하고 외면하시겠나. 불의에 한 번 눈감고 두 번 눈 감으면 불의가 일상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김민수 전 대변인은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유튜브 활동을 펼쳤다. 김태우·김재원·손범규 후보와 함께한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토론회’뿐 아니라 고성국TV, KNL(강용석), 그라운드C, 서정욱TV, 멸콩TV(장예찬), 배승희 변호사, 이영풍TV 등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김 전 대변인은 〈시사IN〉과 통화에서 “원래도 유튜브뿐만 아니라 방송 출연을 많이 했다. (계엄 이후로) 종편이나 정규방송에서 우리 얘기를 다뤄주지 않는다. 자기들이 기준을 세우고 이 이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방송에도 부르지 않는다. 실제 여론 조성을 하고 정치판을 흔들려고 하는 게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장동혁 의원은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를 가리켜 ‘유튜브판 관훈토론’이라고 표현했다. 당대표 후보 두 사람(김문수·장동혁)은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했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7명,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 중 2명이 고성국TV에 출연했다.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인 양향자 전 의원도 출연해 “영광이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시사IN〉과 통화에서 “유튜버들이 경선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상은 아니지 않나. 그분들의 주장이 국민 여론의 평균값에 수렴하지도 않는다. 장동혁 의원이나 전한길씨가 보여준 모습을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우리 당의 굉장히 큰 부채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8월14일 고성국TV 측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선호도 자체 조사 결과(16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주장)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후보 지지율은 장동혁 의원이 82%, 김문수 전 장관이 13%였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갤럽 결과와 동떨어져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 김문수 전 장관이 46%, 장동혁 의원이 21%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조경태 의원이 22%, 김문수 전 장관이 21%, 안철수 의원이 18%였고 장동혁 의원은 가장 낮은 9%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8월22일 전당대회에서 발표된 당대표 선거 결과에서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당대표 결정은 8월26일 결과가 발표되는 결선투표 이후로 미뤄졌다. 결선에 진출한 후보는 ‘반탄파’인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이었다(후보별 득표는 공개하지 않음).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그 결과를 떠나 적어도 두 가지는 선명히 드러내주었다. 유튜버들이 자랑하는 ‘스피커’의 실제 효력, 그리고 국민의힘의 극우화 정도이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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