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슝슝’은 또 어느 나라 명품이려나 [프리스타일]

나경희 기자 2025. 8. 2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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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점심을 먹었다.

"반클리프 목걸이 말고 또 명품 받았던데? 뭐더라, 뒤슝슝?" 바쉐론 콘스탄틴이 아니냐고 하자 선배는 한사코 아니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뒤슝슝 뒤슝슝 뭐였는데." 방금 속보로 떴나? 아무렴, 받아도 또 뭔가를 받았겠지.

'뒤슝슝'은 또 어느 나라 명품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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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2일 김건희씨가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회사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건희씨 구속영장이 발부된 다음 날이라 당연히 대화 주제는 김건희씨였다. 한 선배가 말했다. “반클리프 목걸이 말고 또 명품 받았던데? 뭐더라, 뒤슝슝?” 바쉐론 콘스탄틴이 아니냐고 하자 선배는 한사코 아니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뒤슝슝… 뒤슝슝 뭐였는데.” 방금 속보로 떴나? 아무렴, 받아도 또 뭔가를 받았겠지.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몇 주 내내 3대 특검에서 쏟아지는 [속보]와 [단독] 기사를 하루 종일 쳐다보노라면 어느새 검색할 의지도 사라진다. 어차피 한 시간 뒤면 온 국민이 그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할 테니까. ‘뒤슝슝’은 또 어느 나라 명품이려나. 목걸이는 받았으니 반지이려나, 팔찌이려나.

한참 검색하던 그 선배는 멋쩍게 웃었다. “아, 맞네. 〈한겨레〉에서는 ‘바슈롱 콩스탕탱’이라고 적더라고. 이걸 보고 헷갈렸나 봐.” 힘없는 웃음이 터졌다. 바쉐론 콘스탄틴(자사 홈페이지에 적힌 이름이다), 바셰론 콘스탄틴(간혹 이렇게 쓰는 언론사도 있다), 바슈롱 콩스탕탱(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이게 맞다), 바셀린 그 저기 뭐냐 그거(내 친구가 부르는 방식이다)에 이어 ‘뒤슝슝 뭐더라’까지. 귀를 막고 앞사람이 하는 말을 뒤로 전달하는 ‘가족오락관’ 게임 같기도 하고, 발음이 좋은지 확인하는 ‘간장공장 공장장’ 테스트 같기도 하고. 누구처럼 회사 사무실이 집 지하상가에 있지도 않고, 소중한 연차를 버릴 수도 없어 호우주의보를 뚫고 출근한 직장인들이 높은 물가를 근심하며 점심을 먹다가 ‘바슈롱’이니 ‘뒤슝슝’이니 열심히 혀를 꼬부려보는 모습이라니. 한참 웃다가 다른 선배가 말했다. “뒤숭숭하다야.”

9년 전 박근혜씨를 탄핵할 때 온 국민이 사법제도를 공부했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하룻밤 지나면 온통 어려운 법률 용어가 쏟아졌다. 그래도 이 고비를 넘기면 더 민주적이고 안전한 세상이 올 거라고 믿으며 그렇게 어둠을 더듬어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계엄이, 계엄군의 총이, 내란이, 탄핵이 닥쳤다. 이번에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명품 브랜드 이름이 쏟아진다. 하는 수 없다. 이번에도 믿으며 공부할밖에. 이러다 ‘뒤슝슝’만 남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꾹꾹 눌러 담고. ‘민주주의’라는 것도 어쩌면 명품 같은 걸지도 모른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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