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덕질하다 다쳐도 보험금 지급…‘미니보험’ 인기

안태호 기자 2025. 8. 2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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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작은 보험’ 전쟁에 나섰다. 아이돌 덕질 보험부터 독서 보험까지 생활 속 틈새를 파고드는 소액 미니보험이 2030세대를 보험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니보험은 1만원 이하의 적은 보험료로 1년 미만의 짧은 기간을 보장하는 소액보험을 말한다. 한 번의 가입으로 길게는 10년에서 20년까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전통적인 보험 상품과 달리 필요할 때만 선택해 들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다.

지하철 연착·굿즈 사기도 보장

보험사들은 젊은 세대의 생활 습관에 밀착한 이색 담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덕밍아웃’보험이 대표적이다. 아이돌 팬을 위한 미니보험이다. 콘서트를 즐기다 골절 등 부상을 당하거나 티켓·굿즈 거래에서 사기를 당해도 최대 50만원까지 보상한다. 가입 기간은 1일·3개월·1년 중 선택할 수 있고, 1일 보험료는 1천원 수준이다.

이 회사는 가전제품 A/S 보험도 내놨다. 주요 가전제품 중 원하는 상품만 골라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15개 가전 가운데 골라 가입할 수 있다. 해당 가전이 고장 나면 연 100만원 한도 내에서 수리비를 받을 수 있다. 보험료는 300원(제습기)부터 4만80원(안마의자)까지 다양하다. 1번 납입하면 3년간 보장된다.

대중교통 지연 보상도 등장했다. 삼성화재는 수도권 지하철이 30분 이상 지연되면 택시나 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 비용을 월 1회 한도 3만원까지 보장하는 ‘수도권 지하철 지연 보험’을 출시했다. 보험료 1400원을 한 번만 내면 1년간 보장된다. 30분 이상 지연된 지하철에서 내려 두 시간 이내에 택시 등을 이용한 뒤 영수증을 앱에 올리면 보험금을 즉시 지급한다.

교보생명은 책을 읽다가 겪을 수 있는 질환을 보장하는 미니보험 ‘교보e독서안심보험’을 내놨다. 오랜 독서로 발생할 수 있는 시각·근골격계·척추질환 수술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30살 기준 남성 710원, 여성 500원만 내면 관련 수술을 받았을 때 연간 1회에 한해 10만원이 지급된다.

필요한 담보만 골라 선택

상품만 달라진 게 아니다. 보험을 소비하는 경험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한 시도도 잇따른다. 캐롯손해보험은 필요할 때 켰다 끄는 스위치 온·오프 개념의 보험상품을 내놨다. 레저 활동 중 발생하는 상해를 보장하는 ‘스마트온(ON) 레저보험’이다. 골프·등산·낚시·자전거 등 18개 레저 종목 중 하나를 보장하는데, 상황에 따라 특정 종목의 보험만 활성화할 수 있다. 하나의 보험으로 다양한 종목별 개별 보험에 가입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종목별 1회 보험료는 수영 717원, 등산 1115원 등 1천원 안팎이다. 첫 가입 때 즉시 보험료를 납입하고, 두 번째 레저활동부터는 자동이체 납부된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필요한 담보만 쏙쏙 골라 가입할 수 있는 여행자보험을 출시했다. 필수담보를 요구하는 일반적인 여행자보험과 차별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30살 남성이 4개월간 미국 여행을 떠나며 ‘식중독’과 ‘전염병’ 특약만 선택하면 보험료는 290원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식중독으로 2일 이상 입원하거나 전염병 진단을 받을 경우 30만원씩 받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여행자보험은 안전하게 귀국하면 납입 보험료의 10%(최대 3만원)를 돌려주는 ‘무사고 환급’도 국내 최초로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엔에이치(NH)농협손해보험은 엠비티아이(MBTI) 성향에 따라 담보를 추천하는 ‘NH헤아림MBTI보험’을 선보였다. MBTI를 구성하는 8가지 성향지표에 따른 추천 담보·질환을 설정했다. 외향형(E)은 골절 진단비, 내향형(I)은 공황장애 진단비, 감정형(F)에게는 보이스피싱 피해 보장을 권하는 식이다. 보험 상품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2030세대의 관심사를 녹여낸 마케팅 전략이다. 총 14개 담보 중 골라 선택할 수 있다. 모든 담보를 최소금액으로 설계하면 보험료는 7천원 수준에 그친다.

생명·신체보험은 보장범위 잘 따져야

미니보험은 보험사에 큰 수익은 안겨주지 못한다. 오랜 기간 더 많은 금액을 지속해서 보험료를 납부하는 전통적인 보험상품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낮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미니보험 출시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보험 시장 확대’라는 전략이 깔려있다. 보험상품에 익숙하지 않은 2030세대에게 ‘작은 보험’의 경험을 선사하고, 이들이 ‘큰 보험’ 가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미니보험 가입자의 정보를 확보해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 미니보험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젊은층 고객을 모아 보험시장의 저변을 넓히려는 목적이 더 크다 ”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미니보험이 입문용 보험의 역할을 하는 만큼 보장의 한계가 뚜렷해 가입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장은 “미니보험은 보장 기간이 짧고 범위도 제한적이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분하게 보장이 되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생명과 신체와 관련된 미니보험일수록 보장의 범위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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