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부모들 애끊는 호소에… 주민들 ‘아름다운 동행’ [심층기획-'님비'에 갇힌 특수학교]
서울 강서 서진학교 설립 싸고 갈등
이웃들 “집값 하락” “섬에 가 살라”
엄마들 무릎 꿇은 장면 SNS서 확산
3년 진통 끝에 마침내 학교 문 열어
주민들 “겪어보지 않아 생겼던 우려
오히려 동네 인식도 좋아진 것 같아”
학교 인근 부동산값 하락도 영향 無
“반대 지역 아직 많아 공존문화 절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엄명희(49)씨와 한유정(54)씨는 2017년 가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저린다. 그해 9월5일, 두 엄마는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 두 무릎을 대고 앉았다.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두고 주민들 반발이 거세자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심정으로 선택한 마지막 호소였다.

오가는 길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 이웃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말들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엄씨는 “토론회에 있던 주민들이 저와 제 아이를 혐오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왜 아픈 애를 데리고 돌아다니느냐’, ‘섬에 가서 살아라’ 같은 말을 두 귀로 들었다”고 떠올렸다. 한씨도 “장애를 가진 학생도 당연히 다닐 학교가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반대하고 엄마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현실이 슬펐다”고 전했다.

엄씨와 한씨의 자녀도 우여곡절 끝에 서진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엄씨는 “학교가 바로 문을 연 것은 아니다 보니 그날 무릎을 꿇은 엄마들의 자녀 중 상당수는 서진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학교에 갈 수 있던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생긴 뒤 이들의 삶도 달라졌다. 엄씨와 한씨는 “마침내 모두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강당에서 무릎을 꿇었던 일도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엄씨의 딸 이서연(22)씨는 일반학교 통합학급에서 중학교 과정까지 마친 뒤 서진학교에 입학해 고교 3년 과정과 전공과(직업교육)까지 5년을 보냈다. 일반학교에 다니던 시간은 염씨 모녀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엄씨는 “일반학교는 모든 시스템이 비장애인 학생에 맞춰져 있어 늘 배제되는 게 일상이었다”며 “친구들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집중하다 보니 서연이와 인사하는 것도 싫어하고, 다른 학부모들도 대놓고 불편함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두 달간 학교에 가지 못했다. 엄씨는 학교에서 딸에게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조바심을 느끼며 ‘대기 상태’로 몇 년을 보냈다.

한씨는 아직도 학교에서 봤던 아이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정민이는 수업시간 내내 섬처럼 혼자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한씨는 “수업시간 내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며 “사실상 정민이는 교실에서 ‘없는 사람’이었다”고 마음 아파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느라 한씨는 일도 그만둬야 했다. 정민이가 서진학교 중학교 과정에 입학하면서 한씨도 비로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통학버스가 집 앞까지 와 한씨도 다시 직장을 구할 수 있었고, 정민이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 한씨는 “ 아이와 저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숨통이 트인 기분”이라며 웃었다.
◆인식 바뀐 강서구 주민들

과거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주민들도 이제는 대부분 “괜찮다”는 분위기다. 서진학교 앞 아파트에 사는 김모(67)씨는 “솔직히 예전엔 심정적으로 불편하긴 했다. ‘우리만 피해를 본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도 “막상 지어지니 불편하거나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은 학교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주민도 “예전엔 반대서명을 받을 정도로 주민들이 크게 반대했는데 당시 걱정했던 일들은 기우였다”며 “겪어보지 않아 생겼던 우려인 셈”이라고 했다.
자녀를 서진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이웃들의 인식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엄씨는 “예전에는 서연이를 마주치면 피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요즘엔 줄었다. 이웃들이 ‘천사’라며 이쁘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여전히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엄씨는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이들은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속상해했다. 장애를 ‘나와 관계없는 것’, ‘불편한 것’으로만 보는 것은 결국 장애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긴 오해라는 생각이다. 그는 “나도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을지 몰랐다. 누구든지 장애인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장애 유무를 떠나 교육은 당연한 권리다. 모두 함께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한서·차승윤·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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