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객석에 앉아 칵테일 한 잔을…

최근 한 공연 제작자가 서울 대학로에 호프집을 열었길래 축하하러 방문했다. 보통 술집은 상시로 손님을 받겠지만, 그 집은 평일 기준 하루 두 차례만 손님을 받는다. 하루 두 번 뮤지컬 쇼를 공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정된 시간이 되니, 방금까지 주문을 받던 직원들이 단상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귀에 익은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솜씨가 만만찮다.
공연 마니아로 넘쳐나는 대학로답게, 한 손님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제작자는 “노래 부르시면 안 돼요”라며 주의를 줬다. 식품위생법상 손님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건 단란주점뿐이다. 제작자는 “춤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춤은 유흥업소에서만 가능하다. 손님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면, 다 불법이다.
사실, 음치라 노래를 따라 부를 생각도, 몸치라 춤출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당부를 들으며, 최근 본 공연 ‘슬립노모어 서울’을 떠올렸다. 관객이 100여 개의 방을 돌아다니며 보는 공연. 동시다발로 여러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관객들은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 공연장 안 맨덜리 바에서 와인이나 맥주를 즐긴다. 이 ‘한잔’은 가상의 호텔로 설정된 공연장 서사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얼마 전 공연한 뮤지컬 ‘원스’는 아일랜드 주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설정이다.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 무대 위에 올라가 바에서 간단한 칵테일이나 와인을 즐기고 공연을 볼 수 있다. 마치 공연이 벌어지는 주점 안에 함께 들어선 것처럼.
공연 시작 전 혹은 인터미션에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가벼운 알코올 음료 잔을 부딪치는 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공연장에선 흔한 풍경이다. 그런데 우리 공연장에선 왜 보기 힘들까.
문화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법적인 문제가 크다. 국내 공연장에서 주류를 판매하려면 식품위생법, 주세법 등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 공연 시장은 세계에서 넷째로 크고, 공연과 관객의 수준 역시 어느 문화 강국 못지않다. 이제 조금은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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