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합격생 절반, 실무 수습 받을 곳이 없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생들이 올해 여느 때보다 가혹한 취업난을 겪을 전망이다. 예정된 합격 인원에 비해 대형 회계 법인들이 채용하는 인원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회계사는 시험 합격 후 회계 법인 등에서 2년간 실무 수습을 해야 정식 자격이 주어진다. 실무 수습할 곳을 구하지 못하는 ‘미지정 회계사’가 무더기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700명 자리에 1400명 몰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PwC·삼정KPMG·EY한영·딜로이트안진 등 ‘빅4’ 회계 법인의 올해 채용 규모는 690명으로 2014년(670명)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회계 법인들은 올해 채용할 인원에 대해 면접 전형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5일 공인회계사 2차 합격자 발표가 난 후 최종 인원을 선발한다.
금융위원회는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를 통해 매년 회계사 합격 최소 인원을 결정한다. 올해는 합격생 1200명이 배출될 예정인데, 4대 회계 법인에서 합격생의 60%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회계 업계는 중소형 법인을 합쳐도 올해 채용 인원이 800여 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A 회계 법인의 경우 작년 신입 회계사를 300명대 채용했지만 올해는 20% 넘게 채용을 줄이며 200명 초반대로 앞자리가 바뀌었다. 채용 규모를 줄인 B 회계 법인 관계자는 “계획된 채용 인원에서 더 뽑아봤자 한 자릿수라 회계사 합격생 다수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미지정 사태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작년에도 실무 수습을 받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가 200여 명이었는데, 올해는 취업난이 더 극심할 전망이다. 작년 미지정 회계사들은 ‘빅4’에서 3개월짜리 인턴을 하거나, 공인회계사회가 마련한 수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해 합격생에 작년 미지정 회계사, 그리고 더 큰 법인으로 옮기려는 ‘중고 신입’이 합쳐지며 최소 1400명이 700명도 안 되는 빅4 자리를 놓고 입사 경쟁을 할 처지다.
◇3년 만에 구인난에서 구직난으로
회계 업계는 2022년만 해도 구인난에 시달렸다. 당시 한 해 합격생은 1237명이었는데, ‘빅4’ 채용 인원만 이를 웃도는 1275명이라 중소형 법인들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2018년 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 감사 시간제를 골자로 한 신(新)외부감사법이 도입된 후 같은 회계 업무에도 투입돼야 하는 회계사가 늘어나면서 전체 회계사 수요가 늘어난 결과였다. 회계사 몸값도 치솟았다.
그러나 3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신외부감사법에서 도입된 제도들이 사실상 유예되며 이제는 수년간 늘려온 합격생 수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또 업황이 나빠지며 기존 회계사의 퇴사율이 줄자 회계 법인들은 신규 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2022년 20%대 중반을 웃돌던 ‘빅4’의 평균 퇴사율은 재작년부터 20% 밑으로 뚝 떨어졌다.
게다가 전반적인 경제 침체에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시장이 줄고 컨설팅 수요가 줄며 회계 법인들 실적도 후퇴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회계 법인들의 영업이익은 20% 넘게 감소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업무 효율화로 1~2년 차 회계사 업무의 상당수가 자동화되고 있는 흐름도 신입 회계사를 덜 뽑을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는 당장 올해 예견된 미지정 사태는 금융 당국의 회계 수요 예측 실패가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미지정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당국이 회계사 시험 합격 인원을 1250명에서 1200명으로 불과 50명 줄였기 때문이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업황 불황에 AI 바람까지 닥치며 회계사 수요가 장기적으로 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선발 시험 인원을 줄여, 시험에 붙고도 갈 곳 없는 청년들을 양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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