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와 소액주주 동시 협공, 기업 경영 버텨 내겠나

조선일보 2025. 8. 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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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최고위원단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열고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3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1차 개정안을 통과시킨 지 53일 만에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더 센 법안’을 밀어붙인 것이다. 전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에 이어 이틀 연속 강행 처리다.

노란봉투법과 1·2차 상법 개정안은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기업들의 경영권에 쓰나미급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기업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노사 협상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노사 관계의 균형축이 무너지고, 주도권이 노조로 넘어갈 수 있다.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할 때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최대 주주보다 외국계 펀드나 소액 주주들의 영향력이 훨씬 강해진다. 게다가 복수의 이사 선임 시 투표권을 한 명에게 몰아주는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노리는 세력이 단기적 시세 차익을 노리는 주주들과 연합해 자신들이 원하는 사외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외국계 투기자본이 이사회를 장악한 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배당 등으로 빼먹고 빠져나가는 이른바 ‘먹튀’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300개 상장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74%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30대 상장기업 중 8곳의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자들에 넘어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발표됐다.

경제계의 우려에 대해 민주당과 정부는 “일단 시행해 본 뒤 부작용이 나타나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 옥죄는 법안은 서둘러 처리하면서도 기업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과 배임죄 폐지 등 기업들이 요구하는 보완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 이후 “나라의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오고, 경제력은 기업이 키운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으로 기업들은 갑자기 노조와 소액주주 양편에서 협공을 당하게 됐다. 각종 부정적인 대외 변수까지 겹친 마당에 경영권이 버텨 내겠나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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