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배추 앞 망연자실 “통째로 갈아엎어 살길 막막”

이설화 2025. 8. 2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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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매봉산은 100㏊ 면적의 우리나라 여름배추 주산지 중 하나다.

집 뒷편 배추밭은 올해 '전멸'했다.

더위와 가뭄이 덮치면서 이 씨는 올해 1650㎡(500평) 면적에 심은 배추를 모두 갈아엎었다.

정 씨는 올해 4만3000㎡(1만3000평) 배추 농사 가운데 2만7000㎡(8000평)를 갈아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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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무더위 평균 30도 기록
가뭄 겹쳐 ‘썩음병’ 배추 전멸
내년 농사 불투명 생계 위기
▲ 23일 태백 매봉산 고랭지배추단지에서 정의철(78) 씨가 굴착기 작업중인 밭을 바라보고 있다. 정 씨는 올해 4만3000㎡ 배추 농사 가운데 2만7000㎡ 를 갈아엎었다. 이설화 기자

‘기후위기 직격탄’ 배추산지 매봉산

태백 매봉산은 100㏊ 면적의 우리나라 여름배추 주산지 중 하나다. 올해 매봉산은 더위와 가뭄의 직격탄을 맞았다. 푸른빛이 돌아야 할 밭은 노랗게 썩은 배추로 가득찼다. 농민들은 먹고 살 길을 고민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다.

1. 배추 썩어가는 매봉산을 가다

배추는 노랬다. 경사진 밭에 올라서자 바싹 마른 흙이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가장자리부터 ‘녹아내린’ 배춧잎은 땅에 눌어붙어 있었다. 노란 배추밭에만 햇빛이 내리쬐는 듯 밝았다. 초록빛을 띤 건 모두 양배추였다.

20년째 배추농사를 지어온 이정만(60) 씨는 이곳 매봉산에서 살고 있다. 21일 집 앞에서 만난 그는 “올해는 비가 거의 없었다”며 입을 뗐다. 집 뒷편 배추밭은 올해 ‘전멸’했다. 이 씨는 배춧잎을 열어보이며 “안쪽도 썩었다”며 “꿀통배추”라고 혀를 찼다. 반쪽시들음병, 무름병은 해마다 있었지만 올해는 속이 썩는 코병이 함께 왔다. 가뭄 때문에 배추가 칼슘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

지난 7월 태백의 평균 최고기온은 30.1도를 기록했다. 평년(1991~2020년)값인 25.9도보다 4.1도 높은 수치다. 7월 강수량은 116.5㎜, 8월 강수량은 42.9㎜(25일 기준)다. 이는 7월(274㎜)과 8월(278㎜) 평년 강수량의 각각 42%, 15% 수준이다.

더위와 가뭄이 덮치면서 이 씨는 올해 1650㎡(500평) 면적에 심은 배추를 모두 갈아엎었다. 그는 “배추가 별볼일 없다”며 “아예 한 차(대)도 못나왔다”고 했다. 이날도 굴착기 한 대가 ‘쿵, 쿵’ 소리를 내며 분주히 움직였다. 23일 오전 만난 밭 주인 정의철(78) 씨는 “말도 말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 씨는 올해 4만3000㎡(1만3000평) 배추 농사 가운데 2만7000㎡(8000평)를 갈아엎었다. 굴착기를 한 대 빌려 땅을 엎고, 망가진 배추를 옮기는 작업만 하루 210만원씩 든다. 그는 내년 농사가 불투명하다. 정 씨는 “이게 참 먹고 살길이 막막하니까…”라며 고개를 숙였다.

21일 오후 4시 매봉산은 굴착기 소리만 들렸다.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경매시간은 오후 11시. 250여㎞가 떨어진 서울까지는 3~4시간이 걸린다. “늦어도 오후 5시면 배추를 실은 차량이 서둘러 매봉산을 떠난다”는 게 박명순 매봉산 고랭지배추단지 회장의 말이다. 배추를 실은 화물차는커녕 수확작업을 하는 작업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설화 기자 lofi@kado.net

#매봉산 #망연자실 #강수량 #굴착기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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