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두고 “한국에 숙청 일어나” 폭탄 발언 트럼프…‘충격과 공포’ 전술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났다면서 “우리는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의도로 이런 글을 올렸는지는 정확지 않지만, ‘숙청’ 또는 ‘혁명’은 계엄 후 정권 교체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을 일컫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쿠데타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남미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지원사격 하기 위해 브라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트루스소셜에 브라질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내정 간섭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 프레스센터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정 브리핑 중이던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당히 페이크 뉴스들이 이래저래 국내에도 그렇고 좀 많이 뜨고 있어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이 페이크 뉴스일 수 있다고 의심할 만큼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세 시간 가량 앞둔 시간에 이 같은 ‘폭탄’ 발언을 한 것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핵심 인사들의 영향일 수 있다. 행정부 내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마가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는 지난 6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엑스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했다. 끔찍한 일”이라는 근거 없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또 고든 창을 비롯한 미국 내 일부 극우 인사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로 얼룩졌고, 이 대통령은 ‘반미주의자’라는 글을 미 매체에 기고하기도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검과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에 대한 문제를 두고 미국 측과 소통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워싱턴 지도자들이 민주당이나 이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왜곡된 느낌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오래전부터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신속 보도했다. AFP통신은 “트럼프가 외국 정상에게 해당 국가의 국내 정책과 관련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내세워 놀라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자 마가 지지자들의 표어인 ‘도둑질을 멈춰라’ 플래카드를 흔들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에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온 이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제까지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전 돌연 폭탄 발언성 글을 올린 것은 그가 협상 시 즐겨 사용하는 방법인 ‘충격과 공포’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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