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극한직업’ 아파트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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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에서 밀려난 고령자들이 생계를 위해 찾는 일자리가 경비원이다.
최근 경기 부천시 한 아파트에 '선풍기를 치우라는 주민이 있다. 최소한의 일할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경비원의 호소문이 붙어 그 열악한 근무 환경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비용 절감을 위해 1개월, 3개월 '쪼개기' 계약이 성행하는 계약직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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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가 2023년 발표한 ‘경비노동자 갑질 보고서’에는 입주민의 폭언, 폭행을 마치 업무처럼 견뎌내는 경비원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XX야, 일 안 하고 뭐 하냐” 같은 고성 섞인 욕설이나 “키도 작고 못생긴 사람을 왜 직원으로 채용했냐” “공부 잘해라.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등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고 했다. 분리수거 차량 진입을 위해 차를 옮겨달라고 했거나 차단기를 늦게 열어줬다고 행패를 당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든 내용도 많았다.
▷입주민의 이런 갑질에 대한 대처법은 ‘무대응’이었다. 경비원들은 “아무 힘이 없다”고 했다. 입주민과 싸우려면 사직을 각오해야 하고, 관리소장에게 말해 봤자 괜히 찍힐 뿐이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처지라 상처를 꾹꾹 눌러 담는다. 근무 환경 개선은 감히 요구하지도 못한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매달 주던 식비 5만 원을 삭감하거나 경비원끼리 에어컨 비용을 걷어 설치하고 전기요금을 자비로 내는 곳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경비원이 업무상 사고와 질병 등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는 4984건이었다. 상반기 추세를 볼 때 올해 5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비용 절감을 위해 1개월, 3개월 ‘쪼개기’ 계약이 성행하는 계약직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입주자 대표 회의가 직접 고용하든, 경비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이든 일자리가 불안정한 건 마찬가지다. 이러니 경비원을 보호할 법을 만들어도 현장에선 ‘종이호랑이’가 된다.
▷‘저같이 억울하게 당하다가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주세요.’ 2020년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폭행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모멸감과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입주민 갑질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졌고 정부는 부랴부랴 경비원 근무 환경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경비원의 죽음은 끊이지 않았다. 크고 작은 아파트와 빌딩에 대략 150만 명 이상 경비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나이가 들어 ‘마지막 일자리’까지 밀려났다고 해서 평생 능력이 없었던 것도, 성실하지 않았던 것도, 멸시가 당연한 것도 아니다. 존엄하지 않은 직업이란 없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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