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덕적도 어민 간첩 조작사건 68년 만에 재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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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덕적도 어민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아버지 고 김선규씨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지 68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직후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엄기표)는 1957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고 김선규씨의 재심에서 지난 20일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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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판사님, 고맙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피고인석에 선 김윤보(86·개명 뒤 이름은 김철)씨는 재판장이 있는 법대를 향해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인천 덕적도 어민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아버지 고 김선규씨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지 68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직후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엄기표)는 1957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고 김선규씨의 재심에서 지난 20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 자백 진술은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임의성 없는 진술에 해당한다”며 “공소사실이 증명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으로 대를 이어 기구한 삶을 살아야 했던 아들 김윤보씨는 이날 법원을 나서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재심 받기까지 70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정말 그간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어떤 세월을 겪어왔는지 모릅니다. 아버지 사건 이후로 바꿔야 했던 제 이름과 호적을 이제 다시 찾으려고 합니다.”
김씨 가족은 1951년 1·4 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와 새우젓 장사를 하며 인천시 덕적도에서 생계를 이어나갔다. 1956년 10월 내무부 치안국은 김씨와 아내를 간첩 혐의로 긴급구속한 뒤 33일간 불법으로 가뒀다. 그해 8월 ‘강화도에 있는 내 집에 다녀오자’는 처남에게 속아 닷새간 북한 옹진반도를 다녀온 것이 화근이 됐다. 치안국은 ‘김씨가 월북해 덕적도의 미국 주둔 상황 등을 보고해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지령을 받아 군사기밀을 추가로 수집한 후 월북을 기도했다’며 간첩 혐의를 씌웠다. 김씨는 고문을 이기지 못해 거짓 자백을 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수사기관 진술을 받아들여 1957년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아내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김씨 가족의 삶은 처참히 무너졌다. 쫓기듯 덕적도를 떠난 가족들은 배고픔에 거리를 떠돌았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김씨는 1970년 고문 후유증 등을 호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통은 대를 이었다. 아들 김윤보씨는 ‘1939년생 김윤보’에서 ‘1931년생 김철’로 호적을 바꿔가며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낙인을 벗어나고자 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 회사를 운영하던 김씨는 사업 일정차 한국에 들어왔던 1989년, ‘조총련 간부에게 간첩 지령을 받았다’는 혐의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김씨는 “조사받고 있는데 ‘너희 아버지 간첩이었잖아’ 이런 얘기를 하기에, 무죄로 끝나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기도 했던 김씨는 1991년 징역 7년을 확정받고, 1995년 가석방됐다. 김씨는 2012년 재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21년 만에 누명을 벗은 김씨에겐 아버지의 재심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남아 있었다. 김씨는 2022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 아버지의 재심을 청구했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도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월 김선규씨 사건을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규정했고, 법원도 아버지의 무죄를 선언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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