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곧 그 사람이다’…붓보다 먼저 닦고 다스린 마음
있는 그대로의 자연 담은 간결한 먹빛
강렬한 필법으로 전통 새롭게 재해석
한국화 중 보기 힘든 압도적 스케일 자랑
2022년 美 LACMA서 한국인 첫 전시회
능수버들 일렁이는 연작 시리즈 ‘유류’
가로 3m 세로 7m 크기의 ‘폭포’ 등
10월 18일까지 대구 리안갤러리서 만나
신독(愼獨). 삼갈 신, 홀로 독.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감.
‘대학’과 ‘중용’에 실려 있는 말이다. 혼자 있을 때에도 조심한다는 뜻으로,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격 완성을 위해 수양하는 모습이다.

한국이 원산지인 능수버들은 물을 저장하고 깨끗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냇가, 우물가에 많이 심었다. 어느 토질에서든 잘 적응해 뿌리를 내리고, 늘어진 가지가 멋스러워 공원이나 가로수, 풍치수로 심어 가꾼다. 나무 전체에서 여유로움, 유연함, 온유함, 꺾이지 않는 강인함, 끈기 등을 뿜어낸다.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편협하지 않고, 선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민족의 성격을 잘 나타내준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는 것이 한국화라 생각하는 박대성은 항상 주변의 실재(實在) 풍경이나 사물을 보고 옮기는 것이 공부이자 스승이라고 여겨왔다. 이는 색채를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방색에 모든 우주의 색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 선조들의 믿음을 따르는 그의 먹빛은 그래서 단순하면서도 간결하다.

특히 ‘유류’는 작가가 2024년부터 준비해온 버드나무 연작시리즈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만월과 함께 생명력 넘치는 능수버들의 가지가 화면 전체에 일렁인다. 동양화의 붓은 섬세하다. 서양화의 붓과 다르다. ‘살아 있음’이 단번에 팍 느껴지는 그림이 완성되는 이유다.
박대성의 개인전이 10월18일까지 대구 리안갤러리에서 ‘화여기인_畵如其人’이란 문패를 달고 관객을 맞는다. ‘그림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다. 박대성의 예술철학을 관객에게 날 것 그대로 드러내보이자는 뜻을 품었다.



‘아득한 절벽 위로 흘러내린 흰 빛 물결 천근 바윗돌 위로 바람처럼 스며들어 소리마저 맑은 칼이 돼 가슴을 파고드네 신선은 이 물가에 발을 씻고 쉬었다고 나그네는 저 소리에 근심 씻고 눈을 감네 한줄기 물줄기도 세상을 다 품을 수 있네 … 그 물소리 속에 나는 내 마음을 보았네 천길 벼랑 타고 내려오는 저 물기둥은 하늘과 땅을 잇는 기둥이라 불러도 되리니 푸른 이끼 낀 바위조차 그윽하네’
도필(刀筆), 칼로 새기듯 쓴 글씨다.
“하늘님보다 세종대왕을 더 존경한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앞으로 내 작품엔 한글만 쓰겠다”고 선언했다.
나날이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과는 반대로 박대성의 작품세계는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며 관객들과 조우한다. 하루하루 정진하며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굳건하게 견지하는 작가의 신념이 이곳저곳에 깔려있다.

“줄곧 그림만 그리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마칠 것 같다”고 말하는 작가는 자신의 작업일지에 이렇게 썼다.
‘마음을 닦고 다스리는 것이 먼저고, 맑고 부끄러움 없는 삶의 태도가 먼저다. 자비로움과 자유로움, 거리낄 것 없는 삶의 태도를 100% 실천하느냐가 목표이다. 그래야 붓도 제자리를 간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예술의 완성된 경지라고 생각한다.’
대구=글·사진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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