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밀학급 여전한데 교사 줄이겠다는 정책 안 된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또다시 교원 감축 칼을 빼 들었다. 내년도 신규 교사 선발 규모를 올해보다 14% 가까이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같은 일방적인 발표에 대해 지난 주 서울에 이어, 어제는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이 직접 "교육 포기 선언"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한 채 단순 경제 논리로 미래를 재단하는 정부 정책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는 교실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학생 수가 줄어도 학급 수는 그만큼 줄지 않아 과밀학급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울산의 경우, 전체 학교의 22%가 학급당 28명 이상인 과밀 상태이며, 특히 중학교는 절반에 가까운 48.4%가 비좁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는 OECD 평균(초등 20.6명, 중등 22.8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부끄러운 교육 환경의 현주소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교사를 줄이겠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더 열악한 환경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미래 교육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교사가 더 필요하다. AI·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고, 뒤처지는 학생 없는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서도 교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늘어나는 돌봄 수요와 다문화 학생 지원까지, 교육 현장은 오히려 더 많은 선생님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는 비용 절감의 빌미가 아니라, '교육의 질 대전환'을 이룰 절호의 기회여야 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OECD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춰 선진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인 것이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다. 당장의 예산을 아끼기 위해 교사를 줄이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처사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임정부 이후 계속되고 있는 교원 감축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과밀학급 해소와 미래 교육 수요를 반영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교사를 줄여서 남는 것은 교육의 질 저하와 공교육의 붕괴뿐이다.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