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귀신을 불러낸다?… 계몽주의에 대항할 '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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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 26일 개막하는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전시장 초입엔 백남준의 1989년작 'TV 부처'가 있다.
'강령: 영혼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뿐 아니라 낙원상가, 청년예술청 등 서울 곳곳의 전시장에서 기술을 이용해 과거의 영혼을 소환하고 일상을 연결하는 예술의 역할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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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로 초현실주의·영성 경험 등 소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6일 개막하는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전시장 초입엔 백남준의 1989년작 'TV 부처'가 있다. 부처 석상이 TV와 마주 앉아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포착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한다.
전시장 막판엔 이와 대구를 이루는 작품이 나온다.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의 2025년작 '자가 치료'다. 중앙아프리카 콩고 양식의 목조 조각에 CCTV 카메라와 모니터를 붙인 작품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조각이 아닌 조각을 보고 있는 관람객 자신이다.
시대와 장소가 다른 두 작품이지만, 시청자가 근대 문명의 상징인 첨단 미디어의 일방적 수용자를 넘어 스스로를 성찰하는 '영적 경험'에 다다를 수 있다는 같은 주제를 담았다. 2년 주기로 열리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주로 디지털 매체와 예술의 관계를 탐색해왔다. 올해는 신비주의와 영적 경험, 샤머니즘 등 초현실적 주제를 앞세운 미디어아트 작품을 앞세웠다. '강령: 영혼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뿐 아니라 낙원상가, 청년예술청 등 서울 곳곳의 전시장에서 기술을 이용해 과거의 영혼을 소환하고 일상을 연결하는 예술의 역할에 주목한다.

과학의 시대에 굳이 신비주의와 강령을 말하는 이유는 뭘까. 전시 감독을 맡은 미술 연구자 3인(안톤 비도클·할리 에어스·루카스 브라시스키스)은 계몽과 이성주의를 앞세운 약탈적 질서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논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근대의 산물로 여겨지던 무속과 영성이 사실은 탈근대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는 영적 실험을 예술로 승화한 사례를 소개하는데,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이 많다. 한국 작가 중에선 동양 정신문명과 첨단 기술의 조화를 추구한 백남준, 기존 현대미술의 틀에 저항해 온 이승택, 영화 '만신' 등을 통해 무속과 한국 현대사를 연결해 탐구해 온 박찬경 등의 작품이 나왔다.

한국의 무속 신앙을 배경에 깔고 있는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대성공하기 전부터 감독들은 서울이 강령을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이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점찍었다. 안톤 비도클은 "한반도는 종교적 전통과 영적 철학의 밀도가 높은 곳이고, 동시에 급격한 기술 발전도 공존하는 곳"이라면서 "서울이 전시의 무대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전시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비엔날레 행사의 일부로 서울시립미술관 외에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매주 토요일 영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종로구 낙원상가엔 다른 세계를 소환하는 의미로 실험 음악을 재생하는 사운드룸이 설치됐다. 서대문구 청년예술청에선 역사적 트라우마를 삶의 가능성으로 승화하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가 열린다. 비도클은 "이번 전시가 익숙한 지각의 논리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지각하고 알고 존재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문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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