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장기판 없앤 '어르신 메카'…갈 곳 잃은 탑골공원 노인들
[앵커]
'탑골공원' 하면 어르신들이 장기 두는 모습 떠올리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최근 장기판들이 모두 철거되면서 이곳 모습도 좀 달라지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게 철거 이유인데, 어르신들의 여가 공간도 함께 사라져서 대안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입니다.
[기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이곳엔 어르신들이 가득했습니다.
30년 전통 '장기 메카'로 불리던 서울 탑골공원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장기판이 모두 사라졌고, 대신 이런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보시면 바둑, 장기 등이 모두 금지됐다.
위반 시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고 써져 있습니다.
서울시가 이달 초 금지령을 내렸고, 모든 장기판을 폐기했습니다.
이 담벼락에도 50개 정도의 장기판이 있었거든요.
근데 한 개도 없이 모두 사라졌고, 그 많던 어르신들도 보이질 않습니다.
공원 안도 단속에 나선 공무원뿐, 한산했습니다.
[김호재/종로구청 문화유산과 주무관 : 이거 짐 좀 나중에 가실 때 다 챙겨서 가주세요. 지금은 이제 많이 치워서, 거의 없어진 상황입니다.]
바둑과 장기를 금지한 이유, 사람이 모이면서 취객과 노숙자도 함께 늘었기 때문입니다.
문화유산인 공원 훼손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강영식/종로구청 문화재팀장 : (취객들이) 그냥 술을 드시고 그냥 길바닥에 누워서 자버리시는 거예요. 노상방뇨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요. 대변도 보시고 그러셨어요. 지금 술에 취해가지고, 아까 던지는 것도 보셨죠. 쓰레기. {장기 테이블을 중심으로 이렇게…} 맞아요. 장기 테이블 근처에 사람들이 지금 몰려 있다 보니까 그 사람들이 일부러 그쪽으로 찾아가는 거죠.]
이곳을 찾는 노인은 줄었습니다.
하지만 취객들은 여전히 찾아옵니다.
오늘(25일)도 길바닥 술판이 벌어졌고, 시간이 지나자 곳곳에 드러눕기 시작합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현장 출동 경찰 : 가세요 빨리. {이거 하나 먹으려고.} 댁에 들어가서, 집에 가서 드세요.]
30년 이곳에서 장사한 상인은 문제는 장기판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박손서/탑골공원 상인 : 여기 있는 사람들은 술도 안 먹고 장기만 뜨고 즐기다가 가시고 하는데, 장기판을 없앨라고 작정을 하니까…]
그 와중에도 들어오는 시비.
[탑골공원 취객 : XX. 찍는 거 뭐야. 너 온 지 몇 년 됐어. 어디서 오셨어요? 아니 뭘 알고 찍든가 그래야지. {XX. 시끄러!} 아, 조용 안 할래!]
지난해 이곳 경찰 출동 건수만 약 1400건, 서울에서 손에 꼽는 수준입니다.
[박재우/종로2가지구대 경장 : 신고의 한 절반 이상이 탑골공원 동문이라든지 아니면 인근에서 거의 주를 이루고 있거든요.]
장기 테이블을 없앤 뒤 모이는 노인은 줄었고, 취객 수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소일하던 노인들은 다른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기존 탑골공원 이용 노인 : {탑골공원은 안 가세요?} 아 거기는 장기 못 두게 해요. 섭섭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또 이쪽으로 몰리잖아.]
[기존 탑골공원 이용 노인 : 기원은 하루에 5천원 하는 데가 있고 4천원 하는 데가 있어. 노인네들이 감당하겠어.]
장기판을 싹 치우고 나서 이곳 민원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료한 노인들이 갈 곳도 함께 사라지게 됐습니다.
눈앞에서 보이지 않게 한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작가 강은혜 영상취재 이학진 VJ 김수빈 영상편집 홍여울 취재지원 장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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