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축제를 잃다-전남 축제 종합 리포트] 유명 트롯 가수 공연장 변질…지속가능 콘텐츠 시급
관람객 동원 위해 연예인 섭외 치중 지적도
장흥군 15개 축제 63억…전남 ‘최다 예산’
저예산 김천 김밥축제 등 벤치마킹 필요성

'221개, 641억원 '.

◇'연예인 먹여 살리는' 축제 오명

이처럼 유명 연예인 초청은 반짝 효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콘텐츠 투자보다 일회성 시선 끌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지역 축제의 경우, 높은 연예인 출연료는 축제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보미 강진 군의원은 최근 행정감사에서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군민의 삶과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며 "예산만 퍼붓는 방식에서 벗어나, 군민이 체감하는 실속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적 자금이 투입된 사업일수록 객관적 평가와 냉철한 검증이 선행돼야 하며, 수치로 입증되지 않는 성과는 단순한 착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축제 1개당 11억 투입 혈세 '줄줄'
지난 2년간 전남에서 열린 축제는 총 221개다. 지역별로는 목포 23개, 장성 18개, 화순 16개, 담양 15개, 여수 15개, 구례·보성·순천 12개, 강진·나주 11개, 광양 10개, 해남 9개, 고흥·무안·영암 8개, 장흥 6개 등이다.
이들 지역의 경우 1년 중 단 며칠의 축제를 위해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 백억 원의 주민 혈세를 쏟고 있다.
지난 2년간 전라남도 시군 중 가장 많은 축제 예산을 집행한 장흥군에선 총 6개의 축제에 63억여 원을 투입해 135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축제 1회당 10억 여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22만 5천 여명을 모은 셈이다. 통상 방문객 수는 무인 키오스크, 휴대폰 단말기, 또는 수동 카운팅 방식으로 집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산과 방문객이 특정 축제인 장흥 물 축제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방문객 수는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회령포 이순신 축제에는 2억 9천만 원, 키조개 축제에는 단 6천만 원의 예산만이 배정됐다. 방문객은 각각 6천여 명이다. 반면 물 축제에는 매년 20억~3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50~6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장흥 물축제는 글로벌 축제 도약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관광산업 기반 확장이 목표이지만, 행사 내용은 국내 정상급 가수와 연예인이 대거 출연하는 다양한 공연과 록 페스티벌이 행사의 주축을 이뤄왔다. 유명 연예인들의 출연료도 수 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 장흥 물축제는 극한 폭우 등 재난 상황에서도 축제 강행해 안일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 방문객 수가 가장 저조했던 해남군의 경우 지난 2년간 흑석산 철쭉제 등 총 9개의 축제에 1억8천만 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 1개당 평균 방문객 수는 489명에 그쳤다.

◇킬러콘텐츠 없는 휘발성 강한 축제들
현재 전남 지역 축제들은 대개 비슷한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막식, 초대 가수 공연, 지역 특산물 판매 부스, 먹거리 장터, 체험 부스 등은 이제 어느 축제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본 요소가 됐다.
문제는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다른 지역의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획일적인 형태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담양의 찰옥수수 음악회, 여수의 갯벌 축제, 심지어 해남의 작은 마을 축제에서조차 비슷한 분위기와 프로그램이 연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방문객들에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상함을 안겨주고 재방문 의사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킬러 콘텐츠가 없는 축제는 대부분 '일회성 방문'에 그친다. 방문객들은 호기심에 한 번 찾아오더라도, 특별한 감흥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얻지 못하면 다음 해 다시 방문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이는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붓고도 단 며칠 만에 끝나버리는 '휘발성 행사'로 전락하며, 지역 경제 파급 효과나 홍보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휘발성이 강한 지역 축제를 막기 위해선 다른 지역의 사례를 참고 해볼 만하다.
김천의 '김밥축제'는 1억 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신선한 축제를 만든 대표적 성공 사례다. 김천시는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에서 '김천 하면 김밥천국'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는 결과에 따라 '김밥'을 소재로 축제를 기획했다.
참신한 역발상으로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기존의 획일적인 축제 공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색 있는 요소를 기발한 아이디어와 연결해 킬러 콘텐츠로 발전시킨 결과다. 이제는 지역도 익숙한 일상적 소재를 축제의 중심으로 가져와 신선함을 부여하고, 방문객들의 호기심과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30년 간 지역축제 기획 및 감독을 해온 A씨는 "지역 축제들이 대행사를 통해 진행되면서 프로그램이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일회성 행사라는 비판을 극복하려면 광양 매화축제나 고흥 유자축제처럼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축제 기획이 필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축제 전문가를 배치해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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