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인구 감소, 도시 혁신의 기회로- 양영석(사회1·2부장)

양영석 2025. 8. 2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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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밀양시의 인구가 10만명 아래로 내려섰다.

인구 유지를 넘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 인구수 대신 정주 만족도, 잔류율, 건강수명, 생활비 부담률, 사회적 연결도 등 '삶의 질' 지표를 관리하고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는 우리가 더 오래, 더 안전하게 살아온 결과가 만들어낸 필연적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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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밀양시의 인구가 10만명 아래로 내려섰다. 창원시는 통합 14년 만에 100만명 선이 무너졌다. 그래프 곡선만 보면 ‘붕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이는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예고된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변화를 얼마나 담담하게 인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대응하느냐다.

밀양과 창원의 인구 감소는 단일 요인의 산물이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이 맞물린 장기 구조 변화의 결과다. 지난 수십 년간 수도권 집중은 생활권 단위로 심화됐고, 지역 대학과 산업 기반은 동시에 약화됐다. 이 거대한 흐름을 개별 지자체의 단기 대책만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과 산업 구조 재편이 맞물리며, 인구 이동은 단순한 ‘지방-수도권’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와 생활 기회의 총체적 재배치라는 양상을 띠게 됐다.

인구 변화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인류가 이룩한 성취의 또 다른 얼굴이다. 과거 인류는 높은 아동 사망률과 노동력 확보를 위해 여성 한 명이 평균 여섯 명 이상의 자녀를 낳았다. 그러나 의료·위생의 향상, 여성 교육과 피임 보급은 출산을 ‘양’에서 ‘질’로 전환시켰다. 부모는 더 적은 자녀를 더 건강하게, 더 잘 교육하며 키우기를 원한다. 인류는 처음으로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이루는 인구 균형에 도달했다. 이는 단순히 수치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삶의 질이 향상되었음을 증명하는 역사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10만명 사수’나 ‘100만명 회복’ 같은 구호는 상징성을 넘어 정책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 단기 유인책 남발, 과잉 인프라 유지, 그리고 남아 있는 시민의 삶의 질 개선보다 숫자 맞추기에 집중하는 행정이 반복된다. 특히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담론은 위기의식을 고취시키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민에게 피로감을 안기고, 정책 역시 단발성 처방에 그치게 만든다.

이제는 목표를 바꿔야 한다. 인구 유지를 넘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복지·교육·문화 인프라를 촘촘히 구축하고, 주거 안정과 교육환경 개선, 지역 문화 활성화를 통해 시민이 매일의 생활 속에서 만족과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으로 도시의 성격을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컨대 지역 병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도서관·공연장·생활체육시설과 같은 생활 기반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그러하다. 인구가 줄더라도 삶의 질이 높아진다면 도시는 여전히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표 역시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단순 인구수 대신 정주 만족도, 잔류율, 건강수명, 생활비 부담률, 사회적 연결도 등 ‘삶의 질’ 지표를 관리하고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행정의 시선이 숫자가 아닌 사람에게 맞춰질 수 있다.

인구 감소는 우리가 더 오래, 더 안전하게 살아온 결과가 만들어낸 필연적 변화다. 위기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도시 품질을 혁신할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다. 수축의 시대를 품격 있게 살아내는 도시만이, 다음 세대에게도 지속 가능한 터전을 물려줄 수 있다. 인구의 곡선은 줄어들지라도, 삶의 곡선은 더 넓고 풍요롭게 그려질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의 방향이다.

양영석(사회1·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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