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상륙 작전과 평화는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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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이다.
인천상륙작전을 소재 삼은 영화들은 실패했다.
시민들은 인천상륙작전 기념 행사보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보고 싶어 한다.
시가 준비한 상륙 작전 기념 행사 기간에 인천의 시민단체들은 '평화주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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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이다. 대한민국 연극제를 홍보하는 현수막에 놀랐다. ‘연극, 인천에 상륙하다’라니. 나를 비롯한 인천시민 대다수는 연극사에 문외한이다. 연극이 바다 건너에서 인천을 통해 들어왔는지 잘 모른다. 다만, 연극축제를 소개하는 팸플릿을 유심히 봤다. 전국에서 모여든 극단 중에 상륙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바다 밖 단체를 찾지 못했다. 해외에서 참여한 연극인들도 없다. 연극과 연극인들은 상륙한 게 아니라 육지에서 육지로 이동했다. 슬로건을 창작한 이는 항변할 수 있다. 인천의 특성을 살린 상징적인 표현에 딴지를 건다고. 인간이라는 종은 바다에서 진화해 육지에 올랐다. 상륙 자체가 인간의 운명이었다. 연극이라는 예술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바다 도시 인천에서 진화를 완성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열망을 상륙이라는 단어에 담았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일이다. 전차와 장갑차가 인천시가지를 행진했다. 수륙 양용 전투 장비가 상륙이라는 단어와 만났다. 환호도 있었겠지만 기겁한 시민들은 전쟁과 살육부터 떠올렸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인천에게 숙명처럼 남은 상륙을 되돌아봤다. 월미도에 남은 상흔처럼 포연 가득한 현장을 기억하는 이들은 치를 떨었다. 전쟁 도시 이미지를 탈각하려 고심해 온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게 상륙 작전 재현이었다. 상륙작전 기념 행사를 기획했던 이들은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보고 수선 떤다 할지 모른다. 국군의 날 퍼레이드처럼 전쟁 억지력 과시야말로 평화를 보장하는 수단이라는 메시지에 주목하라고. 결국 평화를 말하기 위해 상륙이 등장했다고. 평화가 값진 만큼 상륙이 불러온 희생은 어쩔 수 없는 비용으로 치부한다.
그래서 벌어진 일이 있다. 인천의 한 후보가 자유 공원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상륙 작전을 지휘한 맥아더를 정치적인 상징으로 부각했다. 자유공원이라는 명명과 맥아더라는 인물은 인천을 과거로 끌고 간다. 상륙작전을 본떠 진행한 출정식은 시민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인천은 미래를 향해 발돋움하길 원한다. 대한민국 지도자가 되려는 이가 인천을 전쟁도시 이미지로 소모하길 바라지 않는다. 전쟁도시가 과거 지향이라면 미래는 평화도시다. 전쟁을 통해 평화에 이르렀다고 강변해도 전쟁은 전쟁이고 평화는 평화다. 평화로 평화를 만드는 길을 여는 게 인천시민이 바라는 미래상이다.
올해는 다행히 상륙 작전 기념 행사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빼기로 했다. 전쟁을 가리고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게 기획의 골자다. 하지만 상륙 작전을 기념하려는 이상 오로지 평화만 떠올릴 수는 없다. 전쟁을 기억하자며 벌이는 잔치는 여전히 형용 모순이다. 상륙작전 기념 행사를 명분 삼아 전쟁에 축제라는 옷을 입히겠다는 의도 자체를 거둬들여야 한다. 전쟁은 기억할 수는 있을지언정 축제화 할 대상이 아니다. 승전이라고 해서 전쟁이 남긴 참화가 지워지진 않는다. 한국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의 시선은 인천에 상륙했던 군대가 아니다. 활기차게 세계와 교호하고 있는 문화다.
인천상륙작전을 소재 삼은 영화들은 실패했다.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보여 주려고만 하다 보니 관객들이 외면했다. 시민들은 인천상륙작전 기념 행사보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보고 싶어 한다. 시가 준비한 상륙 작전 기념 행사 기간에 인천의 시민단체들은 ‘평화주간’을 선포했다. 평화를 이루려면 오로지 평화만을 수단으로 쓰자는 취지다. 상륙 작전 기념 행사에 담을 수 없는 진짜 평화를 추구하는 시민들이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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