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 배제 안된다는 이 대통령, 여당 대표에도 해당되는 말

2025. 8. 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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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이륙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에 ‘탄핵 반대’ 지도부가 들어서도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들을 뽑은 사람들 역시 국민”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야당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도 했다. 취임사에서 밝힌 국민 통합과 협치 초심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경제·민생·안보 위기에도 여야 간 대화·협력은커녕 강퍅한 대결만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바람직한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국민의힘과 악수조차 않겠다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당 대 당으로 경쟁하는 입장”이기에 다를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정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나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일, 싸울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 운영 책무를 진 여당 또한 ‘협치의 책임’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제1야당에 대한 입장이 대통령 따로, 여당 대표 따로라면 이 대통령의 협치 의지는 신뢰를 얻기 힘들다. 국민의힘이 “굿캅 배드캅 쇼”라고 반발해도 할 말이 없다. 이게 이 대통령이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다.

지금 한국은 국제 질서 전환기 속에서 미국과는 경제·안보 동맹을 현대화하고 한·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고난도 외교를 펼쳐야 할 시기다. 국내적으로도 검찰·사법·언론의 ‘3대 개혁’까지 여권이 할 일은 첩첩산중이다. 하나하나가 국민적 동의와 지지가 없으면 힘을 받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아무리 한심스럽게 보여도 제1야당을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의 ‘야당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협치 의지는 여당에도 대화·타협을 통해 매끄럽게 국회 상황을 풀어가달라는 당부로 봐야 한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동안 이 대통령과 “한 몸처럼 움직이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 발언의 숨은 뜻을 헤아리기 바란다. 민주당이 대변하는 지지층과 정치적 가치를 잊지 않되, 야당과 소통·설득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게 여당의 품격이다. 여야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악수조차 나누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하지 않을 국민이 있겠는가. 최근 여권의 지지율 하락은 이 같은 ‘정치 실종’ 상황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 대표와 민주당은 수도권·중도층의 이탈 폭이 큰 지지율의 경고를 무겁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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